김호진 < 노동부 장관 >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노동의 고귀함을 되새기고 근로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날이다.

우리나라가 근로자의 날을 유급휴일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한 지 올해로 38번째가 된다.

원래 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근로를 쟁취하기 위해 총파업을 단행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당시 근로자들은 장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노동3권도 지금과 비교하면 몹시 빈약한 실정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노동3권이 신장되고 근로조건도 향상되면서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가 뿌리깊게 정착돼 가고 있다.

한국도 과거보다 노동3권이 크게 신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노사관계에서는 아직도 미흡한 면이 많다.

상당수의 기업에서는 과거 산업화시대의 대립적 노사관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삶의 질을 향상하려면 노사관계를 혁신해야하는데도 여전히 소모적인 대결구도가 남아 있어 안타깝다.

그나마 일부 산업현장에서 경영자와 근로자 사이에 협력적 노사관계가 정착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정보화 혁명과 세계화 경쟁에서 앞서 가려면 경영자든 노동자든 사고를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지식정보화 시대에서는 산업화 시대의 폐쇄적 사고나 관행으로는 노사 모두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는 과거 당연시되어 왔던 의식과 문화 그리고 제도와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자기쇄신에 앞장서는 기업과 노동자는 발전할 것이다.

물론 그렇지 못한 노와 사는 낙오할 수밖에 없다.

2001년 근로자의 날을 맞아 노사 모두가 이날의 역사와 의미를 변화된 시대흐름에 맞추어 재조명해 볼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먼저 경영자는 열린 경영을 해야 한다.

종업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애사심을 요구하려면 경영자가 먼저 권위주의적 경영스타일과 폐쇄적 노사관계관을 버려야 한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인 근로자의 잠재력과 창의력을 이끌어 내려면 경영자부터 지식경영자로 변신해야 한다.

노동계도 대립적 노사관에서 과감히 탈피,참여와 협력을 통해서 권익을 증진해 나가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민주화 시대에서 더이상 힘의 논리에 의존하는 노동운동은 전략적 효용성을 발휘할 수 없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노동운동만이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권익증진을 위하는 노동운동이 될 것이다.

정부는 상생의 신노사문화 정착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사협력 인프라를 더욱 확충할 계획이다.

지식경제 혁명을 촉진하기 위해 직업훈련체계를 지식산업 중심으로 대폭 개편할 것이며 근로자의 복지향상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더욱 내실화해 나갈 방침이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온 국민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노동은 삶의 원천이요,문명의 씨앗이라는 사실이다.

노동이 있는 곳엔 삶이 있고 또 문명이 꽃피게 돼있다.

그래서 노동은 고귀하고 값진 것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노동이나 자본을 배제한 노동은 효용성을 잃게 된다.

노동은 모름지기 생산성을 수반해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자본과의 파트너십을 살릴 때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2001년 근로자의 날을 맞아 근로자의 사회적 역할과 노사관계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노사가 함께 숙고해 볼 것을 기대한다.

근로자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삶의 질을 마음껏 향유하는 풍요로운 사회가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