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시스템 확 뜯어고치겠다" ]

김원길 < 복지부 장관 >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하자 축하와 함께 동정의 말들이 주변에서 쏟아졌다.

그만큼 의보재정 문제가 다루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근본적으로 ''조금내고 많이 받아가는'' 수급구조를 갖고 있었다.

재정고갈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해온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의료수가 등은 오른 반면 지출을 억제하는 처방은 적기에 가동시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 96년 8백억원의 적자를 내기 시작해 지난해엔 적자규모가 1조원으로 불어났다.

이어 올해도 4조원에 달하는 당기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게 잠정추계 결과다.

어떤 경우라도 재정고갈로 인한 진료비 지급불능 사태는 막겠다.

올해 국고지원금을 조기에 배정받고 필요하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릴 생각이다.

이달까지는 진료비 허위.부당 청구를 막는 등 재정지출을 정상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

이어 5월까지 지출추세를 봐가며 정확한 재정추계를 한 뒤 종합적인 재정안정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의료계의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진료비 부당청구 적발포상금제도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의료인과 약사를 사기꾼으로 몰아 현상금까지 내거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 생명을 돌봐줄 의사를 어떻게 감히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진료비를 부당 청구하는 관행이 일부 의료기관에 만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료기관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보험재정이 파탄나면 의약계도 공멸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한배를 탄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수진자 조회내역 회신결과를 의사협회 등에 넘겨 진료비 허위.부당 청구여부를 자체 점검토록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정부와 의약계 및 시민단체가 참가하는 ''건강보험재정안정협의회'' 구성을 제안한 것도 재정난을 함께 풀어나가자는 의도다.

보험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급여절차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건강보험증을 신용카드 기능이 겸비된 ''스마트카드''로 교체할 계획이다.

가입자가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할 때마다 환자 본인과 해당 요양기관 의.약사의 카드를 동시에 입력해야만 보험급여 청구가 가능해져 허위.부당 청구가 원천 봉쇄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스마트카드 제도 실시를 위한 재원확보라고 하는데 건강보험에 가입한 4천5백80만명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준다고 하면 오히려 돈을 내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업체들이 손들고 나설 것이다.

벌써 3개 컨소시엄이 치열하게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5월 말 발표할 종합대책에는 단기적 자금대책은 물론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고치는 중장기 개혁안까지 담을 예정이다.

종합대책을 시행하기 위해선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대책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무릎꿇고 호소할 생각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