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우리들은 "날카로운 입맞춤" 한번에도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쾌감과 고양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어느덧 한 이불에서 지내다보니 키스가 가진 그런 마력을 잊고 살게 되었다.

이른바 "키스 없는 섹스"만이 덩그라니 남게 된 것이다.

여류작가 박숙희씨가 쓴 "키스를 찾아서"라는 소설에는 열흘 간의 외국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갑자기 키스가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한 한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에겐 어느덧 키스가 사랑과 동격이 되어버리고, 키스가 생략된 뻔뻔스런 섹스를 요구하는 남편을 향해 급기야 불만을 터뜨린다.

그것은 자신의 몸이 달아오르기도 전에 지극히 생리적인 욕구만을 배출해 버리는 남편으로부터 여자임을 거부당했다는 그녀의 자각이다.

물론 그녀는 외도를 꿈꾸다가 웅크려 자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이혼이란 단어를 슬그머니 감추지만 작가는 말한다.

"키스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육체와 영혼의 완전하고 순수한 결합이며 따라서 사랑이 식으면 키스도 사라진다"

독일의 어느 주간지에 "키스를 많이 하면 오래 산다"는 발표가 있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또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키스를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년은 더 장수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의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두 남녀가 사랑의 감정으로 서로의 혀를 주고받는 순간 몸안에선 강렬한 충동이 일어나며 심장과 맥박이 두 배로 빨라져 혈압이 오르고 췌장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되며 부신에선 아드레날린이 배출된다.

인슐린은 일종의 진통제 같은 역할을 하면서 백혈구 활동을 활성화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한다.

또 미국의 버논 박사는 사랑하는 부부 사이의 아침 키스 한번이 3.8Kcal의 에너지를 연소시켜 준다는 계산까지 내놓고 있다.

성 문제 전문가들은 키스 형태에 있어 남녀간의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고 한다.

여자들은 키스를 할 때 거의 분위기에 젖어 눈을 감는데 반해 남자들은 그렇지 않고 상대방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열적인 키스를 할때는 뇌의 모든 감지체계가 마비되어 이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여성이 키스에 더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남성들은 그런 것을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성에게 어쩌면 키스는 섹스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건강에도 좋고 서로의 애정을 새록새록 느끼게 해주는 키스.

강렬했던 신혼시절의 키스를 되찾아보자.

홍영재 산부인과 원장 HYJ8888@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