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한명숙 여성부 장관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와 함께 "여성경쟁력 제고방안 모색"을 주제로 최근 좌담회를 열었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인력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여성이 경쟁력이다" 시리즈의 중간점검을 위한 것이다.

본사 안현실 전문위원의 사회로 열린 이번 좌담회에는 이경숙 숙명여대총장, 이영남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이영아 21세기여성정보화 포럼 대표 등이 참석,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보육시설 마련, 여성고학력 유휴인력 활용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 참석자 ]

<> 한명숙 < 여성부 장관 >
<> 이경숙 < 숙명여대 총장 >
<> 이영남 <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
<> 이영아 < 21세기여성정보화포럼 대표 >
<> 안현실 < 사회.본사 전문위원(경영과학博)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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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실 전문위원(사회) =최근 출산휴가를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하는 내용의 모성보호법안을 둘러싸고 여성단체와 기업들간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법안 도입 자체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한명숙 장관 =경제사정이 좋지 않으니 모성보호법을 도입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이같은 경제논리가 나왔다.

경제는 어렵다가 좋아졌다가 하는 것이다.

모성보호를 제대로 안해 주면 여성들의 인적 자원 개발은 허구가 돼 버린다.

인프라 구축 없이 실력 있는 극소수의 여성만 링에 나가 싸우라고 하는 양상이 되는 것이다.

늘어나는 30일분에 대한 비용을 기업이 직접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 등을 통해 국가가 부담하도록 할 것이다.

이번 법 개정에는 이 외에도 여성의 야간근무 금지 등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과보호를 해소하는 방안도 포함돼 기업주에게 상당한 혜택이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 이영아 대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전체의 3.87%밖에 안된다.

육아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남성 사장들 대부분이 여성 직원을 뽑지 않겠다고 하며 출산 휴가도 제대로 안지켜 준다.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를 운영해 왔기 때문에 출산휴가의 연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그러나 기업에서 볼 때 3개월은 치명적인 손실이다.

업무 인수인계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환경 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는 정보통신 업계쪽은 더 그렇다.

현장의 반대 의견도 감안해야 한다.

△ 이영남 회장 =취지는 찬성한다.

그러나 경제인들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여성만 휴직하는 것이 아니라 3개월을 남편과 나누는 형식 등으로 보완되면 좋을 것이다.

△ 이경숙 총장 =모성보호법 개정으로 초래되는 역효과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수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의 생리상 고용기피가 많이 생길 것이다.

예전에 남녀고용평등상 심사를 맡은 적이 있는데 신청 자체를 꺼리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상을 받고 나면 여성 관련법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 이게 부담이 된다는게 이유였다.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한 의식 개혁 프로그램을 여성부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 사회 =모성보호법이 개정되더라도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70%가 여성이라고 한다.

모성보호법과 별도로 정부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

△ 한 장관 =골프장 경기보조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비정규직은 모성보호 혜택의 사각지대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장기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비정규직까지 포함될 수 있도록 법을 고치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비정규직에 몸담고 있는 여성 근로자들이 임금차별과 모성보호에 대한 조항만이라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

△ 사회 =아직까지 여성 기업인들이 일할 여건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출산 육아 자녀교육 문제 등 애로사항들이 많다.

△ 이 회장 =육아에 대한 인프라 구축 없는 여성 기업인 육성은 말짱 도루묵이다.

벤처기업인들은 해외 출장이 많은데 아이들 맡길 곳도 마땅치 않다.

이번에 새로 생기는 여성벤처타워에 종일제 탁아소를 만들어 모범사례로 만들 작정이다.

△ 이 대표 =갓 태어나서부터 두 살까지의 아이들을 맡길 만한 곳이 전혀 없다.

이 연령대의 아동 육아를 위한 사회적인 인프라 마련이 시급하다.

또 24시간 보육센터도 필요하다.

여성 기업인으로서 여성직원들의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보육센터를 만들려고 했지만 비용이 엄청났다.

기업이 그 비용을 다 감당할 수 없으므로 국가가 지원해 줘야 한다.

△ 한 장관 =현재 보육이 필요한 아동수는 4백30만명이고 이 가운데 취업모의 아이들이 1백70만명이다.

그런데 보육시설은 56만명만 받아들일 수 있어 전체의 31% 정도밖에 수용할 수 없다.

그나마 국공립은 9만여명, 직장보육은 6천명 정도만 보육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대책을 마련하겠다.

△ 사회 =정보기술(IT) 분야에 여성 인력이 특히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다.

우수한 여성 인력을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는가.

△ 한 장관 =남녀 역할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 때문에 여성들이 잘 진출하지 않는 분야, 특히 공대, IT업계에 여성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부 노동부와도 협의하고 있다.

여대생뿐만 아니라 기졸업생 주부들도 해당된다.

여성부는 작은 예산을 가진 초미니 부서이다 보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여성부를 지향하고 있다.

''위민넷(womennet)''을 만들어 취업 정보나 교육 연수 등을 온라인상에서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이 대표 =고학력 유휴 여성 인력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 인력개발 프로그램이 많이 나왔지만 교육 훈련 차원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 대한 교육이 취업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이 총장 =고학력 취업 알선 차원에서 일본에서 취업을 전제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요청받았다.

올해 4백명, 내년에 1천명 정도 해서 총 3만명의 고급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처음엔 여학생만 대상으로 하려 했는데 남학생들의 요청이 쇄도해 남녀 모두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여성지도자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참가국을 대상으로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여성 비율을 조사해봤더니 한국이 22개국중 21번째였다.

특히 여성과학자의 비율은 한 자리대여서 태국(60%), 말레이시아(30%) 등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정보화 수준이 뒤떨어지는 동남아시아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 한 장관 =국제무대에 나가면 협상 테이블에 여성 대표가 3분의 1이상을 차지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한국 여성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의 남성 대표들이 외국의 여성 대표를 상대로 어떻게 협상할지 몰라 쩔쩔매는 경우도 많다.

△ 사회 =여성경제인협회 여성벤처인협회 등 각종 여성 경제인 모임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소속 부처도 저마다 달라 여성단체들이 결집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 한 장관 =여경협 여벤협 등 각 단체들이 각자 특성에 맞는 부처에 소속돼 있다.

여성부에서 모든 단체를 관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게 옳다고 보진 않는다.

여성부는 각 부처에 속해 있는 협회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하는 곳이다.

모든 부처는 기능으로 나눠져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데 여성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단지 여성이라는 카테고리에 모든 것을 묶으면 여성을 되레 고립시킬 수 있다.

△ 이 총장 =여성 정책 개발과 관련 관.산.학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야 한다.

여성부가 모든 걸 떠맡고 혼자선 할 수 없다.

미국에선 여성관련 행사가 열리면 각 부문들에서 모두 참석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정리=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