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출범 이후 ''우먼파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잘나가는 여성''들이 집중 조명되고 ''성역(性域)''을 파괴하는 여성의 출현도 두드러지게 늘었다.

하지만 국제수준에 비춰보면 한국은 여전히 성평등 후진국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최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5년간 여성의 관리직 점유율이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기업 고위간부 등 3개 부문의 여성 점유율에서는 세계 주요 24개나라중 최하위 수준에 머문 것으로 평가됐다.

외형상의 여권신장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글래스 실링(보이지 않는 천장)''의 강도는 여전히 ''으뜸''이라는 증거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관리직 점유율은 95년 당시 7% 수준이었지만 98년 말에는 5%를 밑돌았다.

조사기간중 점유율이 떨어진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체코 그리스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벨기에 등 7개국이었다.

이 기간중 싱가포르 뉴질랜드 캐나다 등 13개국이 여성의 관리직 점유율이 높아졌다.

특히 아일랜드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등은 여성 관리직 점유율이 6∼9%까지 급상승했다.

여성지위의 낙후성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 2000'' 보고서에도 드러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남녀평등지수(교육수준, 국민소득, 평균수명 등을 고려한 남녀평등 정도)가 1백43개국중 30위였다.

여성권한척도(여성의 경제.정치적 참여와 의사결정 등 핵심분야에서의 성평등 관계를 계량화한 것)는 조사대상 70개국 중 63위에 머물렀다.

피지(61위)와 스와질랜드(62위)에 뒤이은 순위다.

UNDP는 "바하마 바베이도스 베네수엘라 등 일부 개도국들이 성평등에서 부유한 선진공업국들과 비교해 훨씬 앞서 있다"면서 "높은 소득수준이 여성에 대한 기회를 창출하는데 선결조건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