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으로 신용협동조합을 파산에 이르게 한 신협 간부들이 공적자금을 빼내려고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거짓소송을 제기했다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까지 나서서 국민 혈세로 조성한 자금을 ''소송사기''를 통해 빼돌리려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대구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는 22일 예금보험금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관련자들과 짜고 예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재판 과정에서 거짓진술을 하게 교사한 포항죽도 신용협동조합 전 이사장 이모씨(55) 등 10명을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입건,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사기수법=지난 98년 포항죽도신협은 파산선고를 받았다.

금융기관 예금을 보호해주는 기관인 예금보험공사는 고객들에게 예금을 내주기 시작했다.

과거 이 신협의 이사장을 지냈던 이씨는 조카들 명의로 된 예금 3천3백만원을 돌려받으려 했지만 예보가 대지급을 거부했다.

이씨가 이사장 재직 시절에 이 예금을 담보로 3천3백만원을 대출받은 게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법률에 따른 조치였다.

이씨는 고객예탁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있던 신협 전무 김모씨에게 접근,"변호사 선임비용을 대 줄테니 대출금 3천3백만원을 당신이 횡령했다고 진술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전무가 대출금을 횡령했다고 하면 조카들의 예금은 대출과 아무 관련이 없게 되므로 예금대지급 대상이 된다는 점을 알았던 것이다.

김 전무가 이씨의 부탁대로 위증하고 유죄 판결을 받자 이씨는 조카들 이름으로 소송을 냈다.

또 재판부에 김전무의 형사재판 기록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속아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예보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 측은 소송을 자진 취하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