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에는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춘분도 다가와 낮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수면시간이 줄어들거나 또는 제대로 잤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며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피로의 원인은 단순한 춘곤증일 수도 있지만 수면장애 간기능장애 고혈압 당뇨병 등 여러 신체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봄철 피로증후군의 원인과 주간 졸림증의 요인에 대해 알아본다.

<> 피로가 쌓이는 원인 =봄철에는 낮시간이 길어지면서 호르몬분비 체계에 변화가 온다.

대뇌 깊숙이 위치한 시상하부는 생체시계에 맞춰 호르몬 분비를 명령하는데 봄에는 수면부족과 이사 진학 등 새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로 더욱 생체리듬이 깨지기 쉽다.

초봄에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분비 리듬에 교란이 초래된다.

적절치 못한 사이클에 의해 계산 기억 사고 등 인지기능에 이상이 오면서 업무능력이 떨어진다.

또다른 호르몬인 "에프네프린"은 봄에 분비량이 늘면서 혈압이 높아지고 흥분되며 얼굴같은 곳에 열감이 생긴다.

또 자율신경계의 흥분상태가 계속되면서 잠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지기도 하지만 한달 정도 지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각종 전염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봄에 유달리 불안증 우울증 두통 불면증 건강염려증을 갖게 되는 것은 생체리듬의 파괴와 무관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생체리듬이 흔들리면 콜레스테롤과 혈당이 올라가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이 악화되고 위나 장의 소화기능이 약화된다.

관절염 천식 등도 악화되고 식욕감퇴나 입맛변화도 초래된다.

또 겨우내 저하된 신진대사능력과 운동 및 신선한 영양분의 공급 부족은 젖산 탄산 등의 피로유발물질을 많이 배출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이를 신속하게 배출하는 능력도 떨어뜨린다.

피로유발물질의 청소는 간이 거의 담당하는데 간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 주간 졸림증도 병 =낮에 졸리는 것은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게 가장 큰 이유다.

대개 성인의 경우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내외지만 절대적인 규칙은 없다.

조금만 자도 다음날 활동에 지장이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쁜 업무를 핑계로 일거리를 침실까지 끌어들이지는 말고 지나치게 내일 일을 걱정하며 잠을 설치지 않아야 한다.

주간졸림증을 초래하는 정신과 및 이비인후과 질환으로는 우선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코골이를 하는 사람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수면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1시간에 5회 이상 나타난다.

숨을 쉬지 않는 동안 산소공급이 안되는 저산소혈증으로 자주 깨어 나므로 주간졸림증을 겪는다.

수면무호흡증은 교정기구나 수술로 치료할수 있다.

방치해 두면 고혈압 부정맥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유발 또는 악화시킬수 있다.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이 떨어지고 성기능 장애나 우울증도 나타난다.

주기적 사지운동증은 수면중에 주로 발목 무릎 엉덩이의 근육이 수축되면서 다리를 움직이는 병으로 불면증과 주간졸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특발성 수면과다증은 밤에 충분히 잤어도 아침에 깨기 힘들어 하는 잠에 취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졸린 상태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자율신경계의 기능에 장애가 생길수 있다.

반복성 수면과다증은 일년에 두세차례 며칠씩 수면과다증을 반복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이 시기가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폭식과 우울증 짜증 환청 과잉행동 등을 보이기도 한다.

기면병은 이에 비하면 참을 수 없는 졸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엄습하는 중증 수면장애다.

웃거나 흥분하면 갑자기 근력이 소실되어 쓰러지기도 한다.

가위에 눌리거나 잠들 무렵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억지로 참으려해도 잠이 쏟아지기 때문에 운전이나 위험한 기계 조작시에는 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각성제를 복용하는 등 전문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이같은 수면장애는 잠의 양과 품질을 분석하는 야간수면검사, 졸림증의 정도나 이상징후를 밝혀내는 주간수면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도움말 : 정도언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 이종경 세란병원 내과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