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은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한채 국민부담만 눈덩이처럼 불리는 "실패한 정책"으로 확인됐다.

의약분업 이후 항생제와 주사제 오.남용은 거의 줄지 않은 반면 총 진료비는 오히려 51.7%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분업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내면서도 또 다시 보험료 인상을 받아들여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의약분업 대상인 외래환자는 의약분업 이후 무려 71.8%나 증가한 진료비로 인해 부담을 크게 느끼는 한편 의료보험은 보험대로 파산 위기를 맞는 등 폐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의약분업 효과 없다=정부는 의약분업이 되면 항생제와 주사제의 오·남용이 줄어든다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분업 이전 동네의원에서 외래진료 1건당 0.90개씩 처방하던 항생제수가 의약분업후인 지난해 12월에도 0.89개로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주사제의 외래진료 1건당 처방품목수도 지난해 5월 0.77개에서 지난해 12월 0.68개로 12% 감소에 그치는 등 의약분업의 효과가 미미했다.

또 경구용과 주사제 항생제를 동시에 처방하는 비율이 동네의원은 20.7%,병원은 11.2%에 이르는 등 항생제 오·남용이 여전했다.

◇국민부담만 늘었다=월 평균 총 진료비는 의약분업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 9천9백43억원이었으나 의약분업이 정상화된 2000년 11월∼2001년 1월에는 51.7% 증가한 1조5천8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세차례에 걸쳐 총 24.5% 인상된 수가와 의사들의 고가약 처방에 따른 약제비 증가 때문이다.

특히 환자가 직접 내는 본인 부담금은 지난해 상반기 월 평균 3천3백2억원에서 의약분업 이후에는 4천3백8억원으로 30.5% 늘었다.

의료보험료로 조성된 건강보험(의료보험)재정에서 지출하는 진료비 역시 6천6백41억원에서 1조7백78억원으로 62.3% 증가해 보험재정을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의료보험료를 더 낼 수밖에 없다.

이같은 국민부담 증가는 동네의원과 약국의 수입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월 평균 3천7백97억원이었던 모든 동네의원의 총 진료비 수입은 의약분업 이후 5천2백93억원으로 39.4% 늘었다.

병·의원에서 다루던 약을 넘겨받아 조제한 약국의 수입은 월 평균 2백96억원(추정)에서 4천19억원으로 1천2백57%나 폭증했다.

반면 종합병원은 월 평균 3천9백48억원에서 3천4백74억원으로 오히려 12.1% 감소했으며 병원은 7백47억원에서 9백28억원으로 24.2% 증가에 그쳤다.

또 입원진료비는 월 평균 3천1백87억원에서 3천4백76억원으로 9.1% 늘어난데 비해 외래진료비는 6천7백56억원에서 1조1천6백9억원으로 71.8% 급증했다.

의사들이 외래환자에게 직접 약을 주지 않고 처방전만을 발행하면서 가격이 비싼 약을 선호한 것도 국민부담을 늘렸다.

고가약 처방비율은 지난해 5월 42.9%에서 11월 62.2%,12월 58.9%로 높아졌다.

◇의보재정도 휘청=한없이 늘어나는 총 진료비로 인해 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의원과 약국에 지급해야 하는 액수는 지난해보다 42% 증가한 14조3천5백31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의료보험료 등 수입은 14% 증가한 10조3천8백17억원에 그쳐 3조9천7백14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 규모가 이처럼 커지게 된 것은 의료보험수가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9.2%,9월 6.5%,올 1월 7.08% 수가를 인상했다.

이로 인해 연간 2조5천억원의 부담이 의료보험 재정에 떠안겨졌다.

올 1월부터 동네의원에서 환자가 2천2백원만 내는 소액진료비 기준액이 1만2천원에서 1만5천원으로 오른 것도 3천3백50억원의 추가부담을 발생시켰다.

고가약 처방이 일반화되면서 추가로 발생한 부담은 7천억원.

여기에다 의료보험 대상 진료가 확대되고 진찰을 받는 환자가 자연적으로 늘어난데 따라 발생한 9천억원의 자연증가분도 의보재정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김도경·유병연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