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여성보다 성에 훨씬 자유롭다는 것은 아마도 성교 후 남성은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여성은 임신이라는 중대한 몸의 변화를 겪기 때문일 것이다.

즉 성교 후에 남성은 도덕적인 책임만을 갖지만 여성은 자신의 몸 속으로 육체적인 책임까지 잉태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원치 않는 임신이 됐을 때 여성은 임신중절이라는 고통을 혼자 감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그래도 성이 개방되면서 젊은 여성들의 피임 지식이 많이 보급됐지만 과거엔 평균적으로 아이를 셋 이상 중절하지 않은 여성이 없을 정도로 피임의 실패가 잦았다.

여기에 아들선호사상까지 덧붙여져 여성들은 더욱 고통받았다.

하지만 직장여성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80% 이상이 피임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남성과의 성교시에 이를 실시한 여성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미혼 여성의 경우에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언뜻 납득되지 않지만 이러한 여성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것은 "여자쪽에서 먼저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는 것"과 "피임하자는 이야기로 인해 남자에게서 받을 경험 많은 여자라는 오해"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패했을 경우 상당한 고통을 여성이 겪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유들로 인해 피임은 대부분의 경우 남성들의 주도로 이뤄지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

하지만 피임이 어디 여자가 남자에게 부탁해야 할 성질의 것인가.

정상적인 성행위가 일방적일 수 없듯이 피임 역시 마찬가지다.

피임은 서로 주체성을 가지고 주장해야 할 권리다.

최근엔 주체적인 여성들을 겨냥한 다양한 피임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성용 콘돔인 페미돔에서부터 먹는 피임약들, 준비없는 성교 후에 복용해 임신을 예방하는 약까지 여성을 위한 많은 피임방법들은 여성의 삶의 질을 한차원 높여 주고 있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보배가 아니듯"이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여성들이여, 자유는 스스로 구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좀더 충분히 자유롭기 위해 자신을 준비하고 아이를 원치 않는다면 먼저 말하는 적극적인 자유인이 되자.

자기 몸을 지키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홍영재 산부인과 원장 HYJ8888@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