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서울시내 다가구주택과 화훼마을 비닐하우스에서 잇따라 불이 나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관 6명이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려 숨지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잠자던 일가족 10명이 연기에 질식돼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날 오전 3시48분께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312의 135 선덕치(65·여)씨의 2층 다가구주택에서 불이 나 건물이 무너지면서 진화작업 중이던 소방관 9명이 건물더미에 묻혀 서부소방서 소속 박동규(46)소방장 등 6명이 숨졌다.

사고가 나자 119구조대와 경찰 등 2백여명이 구조작업을 벌여 강남길(34)소방사 등 3명을 구조,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승기(38)소방교는 중상을 입어 위독한 상태다.

불이 난 주택은 벽돌로 지어진 30년이 넘는 오래된 건물이어서 소방수를 흡수하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날 화재현장에 이르는 폭 6m의 이면도로 양쪽에 승용차가 빽빽이 주차돼 있어 소방차가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불이 나기 전에 집안에서 선씨와 정신질환을 앓아온 아들 최모(32)씨가 심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는 이웃 주민들의 진술로 미뤄 최씨가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중이다.

또 이날 오전 4시40분께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 202 율암마을 화훼단지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 잠을 자고 있던 이일행(59)씨 등 일가족 10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화재 당시 비닐하우스 안에는 일가족 11명이 잠을 자고 있었으며 이씨의 막내딸 기현(21)씨만 구조됐다.

◇사망자 명단

▲비닐하우스 화재=이일행(59) 김옥래(55) 황수연(32) 이현수(31) 박부자(27) 이유진(8) 이유성(7) 이아진(2) 이아선(1) 이아성(8)

▲홍제동 화재=박동규(46·소방장) 김철홍(35·소방교) 박상옥(32·〃) 김기석(42·〃) 장석찬(34·소방사) 박준우(31·〃)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