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덩어리에서 아름다움을 캡니다"

골든듀에서 5년째 보석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채요(28) 디자인팀장은 "보석디자이너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원석을 디자인해 보석으로 빛나게 한다"고 말한다.

부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보석의 진가를 드러내는 보석디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보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백여명의 보석디자이너들이 골든듀 이베레떼 다사키지니아 등과 같은 보석업체에서 정식직원이나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국내 보석시장이 꾸준히 성장함에 따라 보석디자이너들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 보석디자이너의 세계 =오전 9시30분 국내 보석업체인 골든듀 디자인실.

이번 봄 결혼시즌을 대비해 내놓은 신제품들의 보안점을 찾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회의를 한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 제시도 잊지 않는다.

회의 후 회사 근처 공방에 들러 세공기술자들과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주의할 점들을 논의한다.

디자인 의도가 실제 제작에 반영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1년간 보석디자이너로 활약하다 두달전부터 이 회사에 일하고 있는 조희정(27)씨는 "새로운 보석제품들은 보통 3월 6월 9월 12월에 선보인다"며 "디자인 작업은 보통 신제품 출시 두달전 쯤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3월에 나오는 신제품은 1월엔 디자인, 2월에는 제품 제작 작업이 이뤄진다는 것.

오후가 되자 골든듀 디자인팀은 시내 백화점으로 향한다.

먼저 나온 신제품들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보석업계에서 머천다이저로 일하다가 지난 99년부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안지현(27)씨는 "훌륭한 디자인은 고객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야만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보석디자이너들은 틈나는 대로 외국잡지나 패션잡지 등을 보며 디자인동향에 대한 연구에도 적극적이다.

또 1년에 4~5차례 외국에서 열리는 보석박람회에 참여한다.

지난해 미스코리아대회 왕관을 디자인했던 이 팀장은 "보석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국내외 디자인 경향을 공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 보석디자이너의 길 =대학의 금속공예학과나 보석디자인학과를 졸업하는 방법과 사설학원에서 보석디자인 과정을 수료하는 방법이 있다.

홍익대 금속공예과를 나온 안지현씨는 "금속공예과 학생이라도 보석감정 세공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실제 디자인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석업체에서 디자이너를 뽑을 경우 보통 그동안 작업해온 포트폴리오를 참조하고 즉석에서 아이디어 스케치를 실시한다.

주어진 주제와 보석에 알맞은 스케치를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보석디자이너는 스케치 렌더링(rendering) 등 기본적인 디자인 능력 이외에도 보석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보석을 감정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만 그 보석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희정씨는 "디자인 능력, 보석에 대한 지식 등을 갖춰야만 하는 보석디자이너는 섬세하고 끈기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보석디자이너는 나이가 들수록 보석에 대한 조예와 고객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더 훌륭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며 "평생을 바쳐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