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일부 어린이들은 학교가기를 마치 지옥가는 것처럼 싫어한다.

거의 병적이기 때문에 의학용어로 "등교 거부증"이라고 하는데 부모도 덩달아 전염된다.

특히 아이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할 경우에는 부모의 걱정이 더욱 커진다.

등교거부증은 초등학생의 3~4%, 중학생의 1% 정도에서 나타난다.

초등학생은 부모와 떨어지기를 두려워하는 "분리불안장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고등학생들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학교 공포" 때문에 등교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흔하지는 않지만 초기 정신분열증 증세로 등교거부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없이 등교를 거부하는 증상이 1주일이상 지속되면 한번쯤 정신과를 찾아보는게 바람직하다.

노경선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김종흔 을지대병원(대전) 소아정신과 교수의 도움말로 등교거부증에 대해 알아본다.

<> 초등학생 =아침에 일어날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학교갈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두통 복통을 호소하거나 머리가 어지럽다고 떼쓰는 경우에는 분리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초등학교 입학시기에 가장 많은 이런 장애는 부모의 보호나 기대가 높은 가정의 아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이런 가정의 엄마들은 대개 아이를 신뢰하지 못하고 아이를 불안케 하는 질문을 반복한다.

이런 어린이는 또래에 비해 자아의식이 부족하고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자신감이 없다.

내가 없는 동안 엄마가 나를 버리고 떠나 갈 것 같은 불안감이 지배, "오늘은 학교에 가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 씻은 듯이 증상이 사라진다.

이밖에 아이들은 <>부모나 애완동물의 죽음 <>전학 이사 이민 등에 따른 환경변화 <>부모의 별거나 잦은 부부싸움 <>"죽겠다" "못살겠다"는 부모의 한탄 <>동생의 출산 <>부모와 장시간 떨어져 있던 정신적 충격 등에 의해 등교거부증을 갖게 된다.

이럴 경우 성미 급한 부모들은 꾀병으로 몰아붙여 혼을 내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분리불안장애는 놀이치료로 치료할 수 있다.

어머니가 우울증세가 있어 아이를 과잉보호하거나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은연중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머니도 함께 상담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등.하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신체증상에는 무관심하게 대하되 아이가 학교 가는 것에 대해서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원칙을 지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증상이 계속되면 수개월간 소아정신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심하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 중.고등학생 =왕따현상, 학교폭력, 포악한 선생님, 시험에 대한 중압감 등이 학교가기를 두렵게 만든다.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왕따"는 적응장애의 하나다.

주로 또래와 친하게 지내는 일이 어렵거나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아이들이 왕따를 당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부모는 평소 자녀와 많은 대화를 통해 생활태도를 교정하고 친구 사귀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주는게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바로 잡지 못해 아이들의 무기력증 또는 우울증이 깊어지고 등교에 공포심을 느낄 정도가 되면 소아정신과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주위가 산만하고 활동이 부산한 주의력 결핍.과잉운동장애 어린이들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과잉 행동을 해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습활동이 점차 중요해지는 고학년이 될수록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아무리 야단을 쳐도 조금 지나면 다시 산만해지기 때문에 꾸지람으로는 별 소용이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아동들이 집이나 학교에서 계속 야단을 맞게 되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소아정신과에서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상담치료와 체계화된 교정프로그램을 받게 되면 극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