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의 빈곤".

바이오-제약업계의 전략적 제휴가 이런 모양새다.

상당수 국내 제약업체들이 해외 기업들과 전략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지만 외국 우수제품을 도입하기 위한 일시적인 제휴나 대외 과시용,또는 주가 상승을 위한 "자가 발전"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기업들간에 신약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가 모색되기도 하지만 실제 성과를 낸 경우는 아직 없다.

동아제약과 유한양행이 지난 98년 3월 골다공증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두 회사가 힘을 합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외제약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제휴 네트워크" 프로젝트가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신약개발만이 제약회사의 고부가가치를 올릴수 있다는 비전을 갖고 글로벌 연구네트워크를 다져나가고 있다.

중외제약의 강점은 1990년대 초반부터 매출액의 7% 이상을 투자해 온 연구개발 분야의 노하우에 있다.

지난 83년 설립한 중앙연구소의 연구원은 20% 이상이 박사학위,75%이상이 석사학위 보유자다.

이들이 중심이 돼 경구용 지속성 제제,반고형의 경피흡수제제,난용성 물질의 주사제,첨단 DDS(약물전달체계)제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1백33건의 특허를 출원해 이중 30여건이 등록됐다.

지난 92년에는 제약업계 최초로 연구개발만을 위한 벤처기업 "C&C신약연구소"를 만들었다.

이 연구소는 중외제약과 일본의 쥬가이제약이 합작 설립한 회사로 현재 부정맥치료제 유방암치료제 과민성대장증후군치료제 등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중이다.

중앙연구소는 지난 98년 미국의 신약후보물질 탐색 전문 벤처기업인 "몰리큐메틱스"사와 연구 협약을 맺었다.

몰리큐메틱스사는 신약 물질을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신약화합물을 창안하는 기술을 가졌기 때문에 훌륭한 합성 기술을 가진 중외제약과 좋은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천식치료제 연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북서부의 대표적 임상 연구기관인 PNRI(Pacific Northwest Research Institute)와 손잡고 시애틀에 합작 생명공학연구소인 "CW-USA 리서치 센터"를 설립했다.

C&C가 다소 즉흥적인 발상에 의해 세워졌다면 CW-USA는 정말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를 담아 출범했다.

CW-USA는 마이클 칸 워싱턴대 병리생물학과 교수를 소장으로 위촉하고 미국인 박사급 연구원 6명과 중외제약 연구원 4명 등 10명의 연구진을 구성했다.

이 연구소는 암 당뇨병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한 신약후보 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 56년 설립된 PNRI는 케모지노믹스(Chemo-genomics)의 핵심 기술력을 갖고 있는 업체로 그동안 당뇨병 치료제와 유방암 및 전립선암 진단 키트를 개발해왔다.

유전체 의학에 기반한 신약 물질 탐색에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외는 이같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최첨단 신약 물질의 탐색 기법을 확보하고 <>연구인력을 벤처 정신으로 무장시키며 <>세계적 신약 개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한.미.일 문화의 조화를 통해 시너지를 이룩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연구원의 해외 연수는 다른 회사의 연구 경쟁력을 능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외의 전략적 제휴가 호흡기계 심혈관계 소화기계 악성종양 분야에서 획기적인 신약후보 물질을 만들 수 있을지 업계의 기대가 크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