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복지기금을 전용한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적발된 한국도로공사 노사는 복지기금의 대부분을 벤처기업주식에 ''풀베팅''한 것으로 9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도로공사 노사는 특히 ''잘못되면 사내복지기금의 거의 전부를 날릴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알고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도공의 노사이사회가 사내복지기금으로 적립돼 있던 2백50억원중 2백35억원을 자사의 퇴직사원모임인 도성회에 빌려줘 주식을 매입한 것은 1999년 12월22일.

너도나도 벤처주식을 사재기하면서 ''벤처광풍''이 불어닥친 때였다.

투자종목은 광케이블 벤처기업인 드림라인 주식.

제일제당으로부터 주당 2만5천50원에 93만7천5백주를 일괄매입했다.

하지만 드림라인의 주가는 등록 후 3∼4개월 반짝한 뒤 하락행진을 하다가 지난 연말에는 주당 2천9백3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다행히 도공측은 매입 2개월 만인 2000년 2월11일 8백62억원을 받고 이 주식을 제일제당에 몽땅 되팔아 이같은 위기를 피하고 6백27억원을 남겼다.

도성회는 복지기금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제세공과금 등을 제외한 6백22억원을 보관하고 있다.

도공의 관계자는 "정말 무서웠습니다.잘되면 몰라도 잘못되면 복지기금을 다 날릴 수 있었습니다"며 복지기금을 풀베팅한 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도공 노사는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학자금과 경조사비 지원 등이 끊어지자 이처럼 위험한 도박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