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44.1명.

한 반에 60명이 넘던 70년대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콩나물 교실''이다.

교실이 부족해 2부제나 컨테이너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곳도 수없이 많다.

인천지역에서만 2개 초등학교 17개 학급에서 2부제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7개 학교에서 52개의 조립식 임시교실을 쓰고 있다.

학급당 50명이 넘는 과밀학급도 2백45개나 된다.

과학실습실은 턱없이 모자라고 실험용 도구는 낡아빠져 ''골동품''을 연상시킬 정도다.

학생들의 체형에 맞지 않는 앉은뱅이 책걸상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학교정보화 사업에 따라 컴퓨터 보급은 늘었지만 깔려있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는 데다 관리도 부실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기 일쑤다.

이처럼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수준별·개인별 학습이 이뤄질 턱이 없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교육강국''들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더욱이 힘든 일이다.

낙후된 교육현실은 한국교육개발원이 7일 발표한 ''교육재정 규모 적정수준 판단 및 교육재원 확보방안''에도 잘 반영돼 있다.

교육개발원은 이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수준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매년 20조원 가량의 교육예산 외에도 올해부터 오는 2004년까지 4년간 추가로 3백69조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개발원은 우리나라가 고등교육 취학률 등 교육의 양적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질적 환경은 OECD 회원국의 평균 수준에도 못미친다고 밝혔다.

공교육부문에 대한 총 교육투자 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7.4%에 달해 OECD 평균치(5.8%)를 웃돈다.

그러나 정부가 부담하는 몫은 4.4%에 그친다.

나머지는 학부모의 부담이다.

OECD 회원국 평균치는 정부부담 5.1%,민간부담 0.76%로 민간부담이 적다.

또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학생 1명당 투입하는 공교육비도 우리나라가 2천1백89달러(99년 기준)로 미국(6천3백34달러) 일본(7천5백33달러) 프랑스(7천7백42달러)보다 낮다.

교원 1인당 학생수도 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개발원은 현재의 교육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준 과거 20년간(80∼99년)의 자본투자 부족분이 약 9조3천5백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또 오는 2004년까지 추가 지출돼야 할 액수도 47조6천5백5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수준에 걸맞은 교육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5년간 57조원을 추가 투입,GDP 대비 교육재정 비율을 6%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