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W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40)씨는 갈비와 불고기를 사러 인근 대형 할인매장을 찾았다.

여느 일요일처럼 쇼핑을 즐기는 고객들로 만원이었다.

그러나 유독 수입육 판매 코너만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광우병을 조심하는 것이겠죠.종전에는 수입육을 사려면 계산 중인 손님 때문에 1분 정도는 기다려야만 했는데…" 수입육 코너 직원의 풀죽은 목소리였다.

김씨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국산 삼겹살을 샀다.

지난해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일기 시작한 광우병파동이 국내에까지 미쳐 소고기 판매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축산물 전문업체 한냉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만해도 수입우가 7억8천1백만원어치나 팔렸다.

그러나 지난 1일의 매출은 2억7천만원으로 격감했다.

3일에도 1억1천1백만원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한우도 지난달 31일 1억2천만원에서 3일에는 3천6백만원으로 줄었다.

광우병 한파는 우선 수입육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호주에서 소고기를 수입해 판매하는 김모(53)씨는 "광우병 때문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0% 가량 줄었다"며 "호주산 소고기는 광우병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경기 안양시 중앙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노모(41)씨는 "소고기를 주 원료로 한 음식점의 주문량이 최근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며 "시장내에서 가장 장사가 잘돼 연중무휴로 운영했던 수입정육전문점이 매출 부진으로 지난 4일에는 하루 쉬었다"고 전했다.

광우병 공포는 요식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갈비집을 운영 중인 박모(53)씨는 "등심이나 안심을 찾는 사람이 종전보다 30%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생 배모(26)씨는 "상당수 학생들이 햄버거 패티의 성분을 꺼림칙하게 여기고 있다"며 "패스트푸드점에서 소고기 햄버거를 사먹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소고기 대체재인 돼지고기 소비는 늘고 있다.

롯데마그넷 강변점의 경우 지난달 30일 3백10만원에 그쳤던 돈육 매출이 지난 4일에는 7백만원으로 뛰었다.

최승욱.최철규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