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안심리가 장기화되면서 광고 음반 드라마 패션 등의 분야에서 소박한 꿈을 담은 복고풍이 뜨고 있다.

단순하지만 생활에 부족함이 없었던 "아날로그"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나간 유행과 흔적이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옛 것을 보고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들은 개인용휴대단말기(PDA),무선인터넷,테라급반도체 등 첨단 "디지털"기술이 점령한 신세대 문화속에서 "복고풍"을 유행시키며 또 하나의 커다란 문화조류를 이루고 있다.

◆광고계=복고풍 수준을 넘어 촌스러움을 강조하는 이류풍 광고가 큰 인기다.

PCS서비스 업체인 한국통신프리텔의 ''나(na)''시리즈 광고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를 연상케 하는 김상경(60)씨를 모델로 써서 크게 히트했다.

레코드점에서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흘러나오는 롯데리아 광고와 60년대를 연상시키는 이발소를 배경으로 한 해태음료 ''갈아만든 배'' 광고도 이런 부류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IMF 경제위기를 겪은 지 3년 만에 또 다시 위기감이 감돌자 고도성장기를 거친 뒤 몰아닥친 큰 충격으로 상실했던 정체성을 되찾고자 하는 광고기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반 및 방송=전세계에서 동시발매된 비틀스 편집앨범은 최단기간 최다판매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선 기름 바른 머리에 반짝이 양복을 입고 "우리리리히" "좋아좋아" 등 추임새를 넣어 부르는 테크노트롯 가수 이박사(본명 이용석·46)가 신세대에서 중노년층까지 휘어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지난해엔 MBC 드라마 ''허준''이 최고 63.5%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허준 신드롬''을 일으킨 것을 비롯해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청률 수위를 달리고 있다.

시종일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KBS ''가을동화''는 지난해 하반기 최고 히트작이었다.

◆패션업계=60년대 스타일을 모방한 미니스커트를 필두로 벨보텀 팬츠,비틀스를 연상시키는 모즈룩의 부활에 이르기까지 복고 열기는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멋쟁이들 사이에서 80년대 가수 전영록이 써서 인기를 모았던 얼굴의 반정도를 가릴 만큼 알이 큰 잠자리 안경테가 유행하기도 했다.

비키 디자인실 홍은주 실장은 "복고풍에는 풍요와 부의 꿈이 이뤄졌던 80년대에 대한 향수와 고급스러움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요즘 나타나고 있는 ''복고풍 신드롬''은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해 일기 시작했던 복고 열풍이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제2차 금융구조조정 등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로 인해 더욱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복고풍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심리적인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