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와 기업구조 조정 등으로 그 어느 해보다 썰렁한 올 세밑에 십시일반(十匙一飯)을 실천하며 ''나눔의 사랑''을 전파하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사회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온정의 불씨를 되지펴 보겠다는 소시민들의 모임이다.

18일 오전1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 카페에서는 ''아름다운 재단''(이사장 박상증)이 주최한 ''아름다운 1% 나눔운동 선포식''이 열렸다.

행사장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그 무엇''을 나누려고 모인 1백여명의 훈기로 가득찼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은 나누지 않는 사람입니다"

버스운전사로 일하다 16년전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된 한윤학(47·중랑구 상봉1동)씨의 말이다.

한달에 20만1천원의 정부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며 생활비의 1%를 내 놓았다.

20여년동안 일본과 미국에서 판매기법을 강의해 온 컨설턴트 최예리씨는 고동안 외국의 각종 공익재단에 기부해 왔지만 앞으로는 고국에서 자신이 가진 ''전문성의 1%''를 나누어 내놓기로 했다.

기업 컨설팅으로 올린 수입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80여명의 아마츄어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베누스토''의 대표 이상칠씨는 ''재능의 1%''를 남을 위해 쓰기로 했다.

남을 돕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어디라도 달려가 아름다운 음악공연을 펼치겠다는 포부다.

박경림·이의정·박시은씨 등 연예인들이 포함된 동덕여대방송연예학과 학생 30여명은 ''끼의 1%''를 남을 위해 쓰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하늘로부터 받은 ''재주''를 나누어주겠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가진 것이라곤 힘밖에 없어 ''힘의 1%''를 기탁한다는 여고생 민혜진(18)양,유산의 10%를 기탁하겠다고 약속한 현대자동차 길음영업소 황평유 과장,매출의 1%를 내놓겠다는 남향화원 김천중 대표,9인승 승용차로 운전능력을 기부하겠다는 지혜성 할아버지(65),조리능력의 1%를 내놓겠다는 느티나무 카페 주방장 김재윤씨,소득의 1%를 기부하겠다는 박경호 법무사 등….

''1% 나눔''의 훈훈한 미담은 사회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올 연말쯤이면 각 분야의 전문가,공무원,기업인,연예인 등 1천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뜨거운 ''열풍''이 될 것이라는 게 아름다운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울산에서 노점상을 한다는 박음전씨는 이날 가난한 이웃을 위해 쓰라며 멸치 반상자를 행사장으로 보내왔다.

이 멸치상자는 즉석에서 경매에 부쳐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류무종씨가 30만원에 구입했다.

류씨는 이를 다시 삼성동 ''평창시골밥상''에 기부했다.

설날 연휴 3일동안 실직자들에게 떡국을 끓여주는 데 쓰라는 뜻에서다.

류씨는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소액이라도 한푼두푼 모아 나눠쓰는 사랑이 사회 곳곳으로 널리 퍼질 때 우리사회는 더욱 아름다워 질 것"이라며 넉넉한 웃음를 지어 보였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