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친일행각을 벌인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보호해달라는 요구는 정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과거 친일파 이완용 후손의 재산권을 인정해준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 적잖은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이선희 부장)는 17일 김모(78)씨가 시할아버지인 친일파 이재극(李載克)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을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는 부적법하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이 3·1운동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며 "이같은 헌법 규정에 비춰볼 때 민족의 자주독립과 자결을 스스로 부정하고 일제에 협력한 자 및 그 상속인이 헌법수호기관인 법원에 대해 반민족행위로 취득한 재산의 보호를 구하는 것은 현저히 정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96년 국가가 과거 이재극 소유로 자신이 물려받은 경기 파주시 문산읍 도로 3백21㎡에 대해 보존등기를 마치자 이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이재극은 조선 말기 문신으로 1905년 을사조약 체결시 궁내 동정을 친일파에 제공하는 등 조약체결에 협조해 지탄을 받았던 인물로 한일합방 후에는 일 왕으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는 등 친일행각을 벌였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