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서류를 가지고 가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처리를 미루다가 남편이 제출하니까 바로 해결되더군요"

벤처업계에선 상당히 알려진 A사의 이 모 사장.

여 사장인 그는 대외적인 일은 남편에게 일임하고 있다.

고객 접대나 대부분 외부 행사는 이사인 남편의 몫.

"여자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기분나쁘지만 현실적으로 사업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남편이 대외관계를 맡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주도적으로 일하긴 쉽지않다는 반증이다.

여성경제인협회가 조사한 "여성기업 실태조사 및 차별적 관행보고"에 따르면 각종 공공기관에서조차 여성기업인에 대한 차별대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차별 관행들을 살펴보면 <>"가정일이나 돌보지 무슨 사업이냐"는 식의 여성을 무시하는 시각 <>"여자가 뭘 하겠냐"는 비하 경향 <>"무조건 여직원으로 대응"하는 선입관 등이 많이 지적됐다.

또 <>관공서의 대응자세가 불친절하다 <>같은 서류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처리시간이 많이 걸린다 <>정부에서 조사를 나오면 여성 사장을 무시하고 남성 실무진과 우선 얘기하려 한다 <>서류관계상 보증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등도 심심찮게 지적되는 내용이다.

은행등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려 할 때 남편의 보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신용불량으로 대출을 못 받는 불이익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여경협측은 밝혔다.

한 여성기업인은 이같은 차별적 관행과 관련,"한국 사회의 후진적 측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여성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