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순수한 국내기업보다는 외국계기업에서 노사분규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용자측이 한국의 노사문화나 관행,제도에 익숙하지 못한 게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작년 1년 동안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사분규는 99년보다 2백22%나 늘어 국내기업의 평균증가율(26%)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분규없이 ''노사화합''으로 회사를 화목하게 이끌어가는 곳들이 있다.

노동부는 5일 외국인 투자기업 가운데 노사관계가 모범적인 4개 기업을 선정,사례를 소개한 책자를 만들었다.

선정된 기업은 컴팩코리아와 한국소니전자 한국후지제록스 한국다-반이다.

최병훈 노동부 국제협력관은 "이들은 하나같이 노사간의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며 "사용자는 경영정보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근로자는 생산성 극대화로 화답해 평화와 발전을 이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다-반(대표 김흔태)은 지난 92년말부터 ''짝지어 호칭부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전 사원이 짝을 지어 서로 형,누나,이모,삼촌 등으로 부르는 캠페인이다.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는 매장에 파견근무하던 직원이 사망하자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사흘간 계속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

한국후지제록스(대표 다카스기 노부야)는 매달 최고경영자가 전사원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경영실적을 공개한다.

미진한 부분과 앞으로 보강해야 할 과제도 여기에 담아 임직원 모두가 알게 한다.

근로자도 건의 및 애로사항을 전자우편으로 사장에게 전달한다.

이와 함께 모든 임직원이 2개월에 한번씩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토론마당(Talk Plaza)''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소니전자(대표 장병석)는 매일 아침 노무담당 간부와 노조 간부가 티타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사항은 물론 근로자들의 개인적 고충까지 전달된다.

이와 별도로 노조 간부들로 구성된 ''현장 패트롤팀''이 매주 3회 작업현장을 순회하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수집해 경영진에게 알려준다.

컴팩코리아(대표 강성욱)는 분기별 노사협의회와 임시노사협의회,노사간부실무간담회 등을 통해 경영정보를 근로자들에게 자세히 알리고 있다.

지난 98년 한국디지털이퀴프먼트를 인수할 때는 근로자 대표와 합병방향 및 일정 등을 합의해 결정했다.

또 비정기적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등 생산성 제고로 얻어지는 과실을 노사가 나누고 있다.

노동부는 이들 기업의 사례를 담은 ''외투기업 노사관계 성공의 길''이라는 소책자를 한글과 영어 일어로 제작,국내외 관련기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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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모범 기업 공통점 >

1.투명한 경영으로 노사간 신뢰를 구축한다.

2.노사간 격의없는 인간관계를 통해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헌신도를 높인다.

3.노조를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한다.

4.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노사간 대화채널을 다양하게 만든다.

5.충분한 복지후생을 제공해 근로자들의 사기를 진작한다.

6.교육과 훈련기회를 풍부하게 부여,직무능력을 키우고 자기개발을 돕는다.

7.지역사회에 대한 다양한 봉사를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높인다.

8.한국의 노동법제와 관행을 숙지,불필요한 오해나 분규를 예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