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벤처 수난''의 해였다.

용처럼 승천하리라고 꿈꾸었지만 벽두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주가 대폭락과 잇달은 벤처기업 비리로 얼룩진 최악의 해였다.

벤처가 한국경제의 새천년을 이끌 ''새로운 엔진''이라는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져버린 해였다.

그러나 신사년(辛巳年) 새해를 맞아 심기일전하고 있는 벤처인들에겐 ''그래도 벤처가 희망''이란 믿음이 확고하다.

막연한 ''주장''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벤처 추락에 대한 나름대로의 진단과 해법이 있다.

뱀띠 벤처기업인들은 한결같이 "이젠 거품을 제거하고 성숙된 의식과 실속을 갖출 때"라고 말한다.

특히 요행과 연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일궈내겠다는 자립심이 강한 여성 벤처기업인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뱀띠 여성 벤처기업인들은 "소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할일을 하는 ''뱀''처럼 묵묵하게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한다.

''옆으로 갈지언 정 뒤로는 물러서지 않는'' 뱀처럼 신중하되 다부지게 성공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뱀띠 여성 벤처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의 새해 포부를 들어본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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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24) 인터카드넷 대표=올 2월 대학(이화여대 정보통신학과)을 졸업하는 새내기 사장이다.

무엇보다 경험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다른 사람보다 사업을 일찍 시작한 만큼 서두르지 않고 긴 안목으로 보겠다.

일찍 시작한 만큼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사업확장보다는 사업안정화에 힘쓰겠다.

인터넷카드(카드 무료제공 사이트)의 선물코너를 내실화하는 게 금년의 핵심과제다.

그리고 여성 벤처인의 저변확대를 위해 여성의 기업경영이나 사회참여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데도 일조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잠깐을 얘기해도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중간자로써의 능력을 기르고 싶다.

<>서지현(36) 버추얼텍 대표=주력 사업인 무선 솔루션 개발에 주력할 생각이다.

IMT 2000 분야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

기업은 기술이 있어야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국제표준(H.323)을 채택하고 있는 무선인터넷 솔류션 기술과 화상 솔루션 기술을 토대로 IMT 2000 분야의 핵심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양산하는 선도기업이 되겠다.

내실 경영은 기본이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경영혁신과 기술개발에 대대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겠다.

기술로 승부하는 기업이 나와야 위기에 처한 벤처산업이 살 수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기술개발에 치중,버추얼텍을 시장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

<>이지선(36) 드림커뮤니케이션 대표=올 한해의 테마를 "새로운 도전과 변화"로 잡았다.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뱀처럼 그동안 가졌던 꿈들을 현실로 이뤄내겠다.

지난 4년동안 벤처인큐베이팅과 홍보업무를 하면서 얻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는 한 단계 진보된 서비스를 펼칠 생각이다.

벤처기업에게 무엇이 필요하고,어떤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줘야 할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왔다.

이는 레고 블록을 맞추듯이 조각조각 떨어져 있는 노력과 시도들을 짜 맞추는 작업이다.

실제 행사에 앞서 열리는 리허설 30분의 짜릿함이 항상 지속될 수 있도록 자기반성과 긴장을 유지하는 데도 힘쓰겠다.

<>조희순(48) 월드켐 대표=전기 및 전자부품을 만드는 회사의 성격상 꼼꼼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정밀과 성실에서 비롯된다.

바이어들에게 신뢰받는 것도 이런 꼼꼼함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것은 특별한 비결이 아니다.

바로 기업의 기본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기업이 많지만 일본 기업처럼 기본에 충실한 회사는 많지 않다.

어떤 환경에서도 기본을 지킬 줄 아는 회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융화되는 조직문화는 사장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바로 조직원이 상호 작용하는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

올해에는 좀더 노력해 수출을 보다 많이 하고 종업원들에게 고르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