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의 임금협상은 간단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올해도 이달말 임협이 예정돼 있지만 여기에 신경쓰는 직원들은 거의 없다.

직원들의 관심은 내년도 성과급에 쏠려 있다.

열심히 일해 성과를 많이 낼수록 돌아오는 "파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회사가 수익을 공정하게 분배한다"는 신뢰가 직원들 사이에 뿌리내려 있기에 가능한 얘기이다.

노조는 복리후생 개선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때문에 올 임협도 특별한 쟁점없이 지난해처럼 "단하루만에 타결"라는 진기록을 연거푸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은 오히려 어떻게하면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과거엔 이같은 고민은 전적으로 경영자의 몫이었다.

신노사문화대상을 받게 된 LG이노텍에도 최근 몇년새 굴곡은 있었다.

지난 85년 일본 알프스와 50대 50의 지분으로 합작한 금성알프스 광주공장으로 출발한 뒤 98년 LG포스타와 합병,LG C&D로 개칭했다.

지난해 3월에는 LG C&D가 경북 구미의 LG정밀과 한차례 더 합쳐지면서 LG이노텍으로 대통합됐다.

복잡한 사연만큼 구성원들도 다양했다.

금성알프스 LG포스타 LG정밀 출신이 뒤섞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별다른 잡음없이 노조 통합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직장문화와 임금수준이 서로 다른 조합원들의 욕구도 다양하게 분출됐지만 서로의 입장에 서서 한번더 생각해보는 상호 존중과 신뢰 풍토가 이를 덮을수 있었다.

이러한 풍토가 형성되기까지는 회사의 투명경영과 의식혁신 프로그램이 큰 몫을 했다.

그동안 회사는 매분기별 노경협의회를 통해 경영상태를 설명하고 월례조회나 개인 이메일을 통해 전사원에게 경영현황과 향후계획을 낱낱이 밝혀 직원들의 신뢰를 쌓아왔다.

지난해 1천3백9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화응대교육 등을 통해 친절함을 키우는 "친절스쿨"을 개설했다.

올해들어 회사 비전을 공유하기위해 "Let''s get Digital" 과정을 통해 1천8백69명에게 교육을 실시했다.

이와함께 독서대학도 운영했다.

노경은 올들어 새천년노경공동선언문,새천년디지털노경선언,가치창조적 노경관계정립을 위한 결의 등을 통해 공정한 성과 배분과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헌신을 다짐했다.

노사가 힘과 마음을 합하면 경영실적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이 회사도 87년과 90년 파업사태전까지만 해도 적자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그러나 91년부터 안정적 흑자기반으로 돌아섰다.

98년부터는 매년 40~50% 수준의 생산성 향상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99년이후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가 나타나면서 매출액이 99년 5천2백28억원에서 올해 5천7백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의 비전은 21세기 디지털 리더로 도약한다는 것.

이를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가치창조적 노경관계"를 밑거름으로 디지털 미디어 부품,무선통신 부품,광 부품,인터넷 네트워크 장비.부품,군용 무선통신장비 분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