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노조의 총파업 6일째인 26일 해당은행 및 대지급은행인 기업 신한 한빛은행의 일선창구는 연말자금을 찾으려는 중소기업과 상인 일반고객들이 몰려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국민·주택은행은 비노조원 및 퇴직인력 등을 거점점포에 긴급 배치했으나 인력부족과 업무미숙 등으로 사실상 마비사태를 보였다.

소액 입출금 업무만 그런대로 이뤄졌을 뿐 수출입대금결제 어음결제 기업대출 외환 신탁 등 주요업무는 거의 처리되지 않아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주택은행은 전국적으로 84개의 거점점포를 운영했지만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본점 개인영업부의 경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본점 인력 등을 투입,창구에 8명이 앉아 단순 입출금만 처리했다.

이로인해 업무처리 시간이 평소보다 3배이상 늦어져 대기고객들이 창구를 가득 메웠으며 일반대출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연말정산을 위해 증빙서류를 떼러 온 고객들도 업무지연으로 몇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주택은행 본점 기업영업부는 계약직 등 12명의 직원을 긴급 배치했으나 기업고객들에게 입출금 대출 할인어음업무를 제공하는 데 애를 먹었다.

외환업무팀은 환율고시를 하지 않아 외환업무는 완전 중단됐다.

문을 연 전국의 다른 지점들도 평소 인력의 절반으로 영업을 했으나 입출금만 간신히 처리했다.

국민은행 광화문 지점에는 오전부터 은행업무를 보려 고객 1천여명이 몰려 아수라장을 이뤘다.

오전11시45분쯤 이수형 지점장은 대기표 번호가 1천번에 육박하자 "안되겠다.문닫으라"고 지시, 청원경찰들이 입구를 막아서기도 했다.

온라인 창구는 본사에서 서무업무를 담당하는 파트타이머와 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나온 직원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업무경험이 없고 단말기 조작이 미숙해 현금입출금,타행환 등 기초적인 업무만 처리했다.

대출 외환 신탁 카드업무를 보러온 고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모(43)씨는 "신탁상품에 예금해 놓았던 7천만원을 찾아 오늘 돌아온 약속어음을 막아야 하는데 인출하지 못했다"며 "회사가 부도나면 은행이 책임질 것이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탈리아에서 옷과 장식품을 수입하는 김모(50)씨는 "외화통장에 있는 자금을 빼내지 못해 거래처에 수입대금 1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 파업으로 그동안 외국인 거래처와 쌓아온 신뢰가 깨지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국은 기업 신한 한빛은행에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고객의 예금을 대지급키로 했으나 업무가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기업 신한 한빛은행 창구직원들은 "대지급한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돈을 내주지 못하고 있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빛은행을 찾은 한 고객은 "그동안 대지급업무를 충분히 조율할 시간이 있었는 데도 발표따로 시행따로라니 말이 되느냐"며 당국의 대처능력을 질타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