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금융시스템 마비 현상이 끝내 현실로 나타났다.

국민.주택은행 노조의 파업에 대비한 정부의 비상영업대책은 현실속에서는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정부의 비상대책이란게 은행원들의 실제 업무관행 등 현장과는 괴리된 것이어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주택은행의 몇몇 지점을 묶어 통합점포를 운용키로 했던 대책은 처음부터 삐그덕거렸다.

인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오전 9시30분 영업시간에 맞춰 문을 연 곳은 89개 점포중 몇개 되지 않았다.

더구나 문을 연 곳도 단순 입출금 업무 외에는 전혀 처리하지 못해 큰 혼란이 일어났다.

기업은행과 농협이 지원인력을 보냈지만 업무처리시스템이 달라 단순 안내업무만 하는 형편이었다.

◆ 금융시스템 마비 =국민은행을 지급처로 하는 수표및 어음교환은 이날도 불통됐다.

은행 창구에서는 부도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어음할인 등을 거절했다.

일부 은행은 일단 받아두기는 했지만 부도사실여부가 확인이 안될 경우 대지급을 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기업및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이 우려되고 있다.

영업일 기준으로 3일째 외환업무가 전면 마비된데 따른 피해도 극심하다.

특히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과 거래가 많은 국민은행의 경우 수출입업체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국민은행 남대문지점을 찾은 한 수출입업체 관계자는 "외화예금을 찾으려고 국민은행 각 지점에 연락해 보았지만 취급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빛 신한 기업은행을 통해 예금대지급을 하겠다는 방침도 관련 프로그램 개발 미비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현재로서는 타 은행을 찾은 고객이 팩스로 통합지점에 보내 예금잔고 등이 확인이 되면 예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은행의 전산시스템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전산인력 3백29명중 현재 30명만이 출근한 상태다.

이 은행 관계자는 "버틸수 있을 때까지 버티겠지만 현 인력으로는 긴급한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 정상화 언제쯤 가능할까 =은행 영업정상화는 결국 직원들의 복귀여부에 달려 있다.

28일에는 다른 은행노조원과 함께 총파업투쟁을 벌이겠다는 방침도 굽히지 않는 상태다.

노조는 공권력 투입으로 강제해산될 경우에도 분회별 파업투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어서 농성을 풀더라도 곧바로 업무현장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의 대책도 인력과 시간부족이라는 제약조건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금융시스템이 조기 정상화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전체 금융거래가 차질을 빚는 연말 금융대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