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으로 손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작전을 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처음으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작전세력에 대해 형사책임만 인정했던 법원이 처음으로 민사책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현재 계류중인 다른 사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오세빈 부장판사)는 5일 대한방직 주식을 샀다가 피해를 본 소액주주 유모씨 등 21명이 대한방직의 주가를 조작한 펀드매니저 등이 근무했던 LG화재와 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들은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액의 절반인 2억1천2백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난 97년 1월 주당 7천3백원이던 대한방직의 주가가 11월 14만2천원으로 오를 당시 주가가 오를만한 호재도 없었고 종합주가지수도 하락하는 추세였다"며 "그 뒤 주가가 급락했고 98년이후 현재까지 대한방직 주가에 큰 변화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주가조작이 개입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94년6월부터 올 11월까지의 주가중 작전기간을 제외한 기간의 최고주가와 매수가격 등을 감안해 피해액을 산정하고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높은 가격에 사 제때 팔지 못하는 등 책임이 있으므로 피해액의 50%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소송을 담당한 김창문 변호사는 "주가조작이 판치는 우리 주식시장의 잘못된 관행에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며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주가조작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등은 지난 97년11월 대한방직 주식을 주당 14만∼15만원에 샀다가 이듬해 매도,모두 13억원의 손해를 보았으나 그 뒤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통정매매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자 소송을 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