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관리들이 남아도는 것은 구조조정으로 보직이 크게 줄어든 데다 엄격한 정원제로 조직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람이 모자라 밤을 새우기 일쑤인 곳이 있는 반면 할일이 별로 없어 빈둥거리는 곳도 생기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 실태 =재정경제부는 지난 9월 정책조정2과장을 맡고 있던 J과장이 장관 비서실로 옮기면서 후임으로 누굴 임명할 것인지를 놓고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자격이 있는 대상자를 리스트에 올려보니 무려 32명이나 된 것이다.

몇차례의 심사끝에 조정2과장 자리는 EBRD(유럽부흥은행)에 파견나갔다온 K씨에게 돌아갔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요즘 인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장급이상 간부중 연말과 내년초에 걸쳐 본부로 복귀하는 사람이 6명이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다.

이 때문에 1급인 대외담당 차관보 자리와 금융정보분석기구(FIU) 단장 자리를 신설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정재 차관은 "전면적 인사를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결원이 생기면 보충하는 땜질식 인사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엔 ''정책개발실''이란 곳이 있다.

보직을 받지 못한 7명의 과장이 이곳에 자리를 두고 있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명목상 각종 정책개발 아이디어를 짜는 곳이라지만 엄연히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과가 있는 까닭에 함부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힘들다.

L과장은 "자리도 안주고 일하라니 막연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부분 부처는 적게는 1명, 많게는 4명을 국방대학교와 중앙공무원교육원에 파견시켜 남는 인력을 처리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방대학교 44명, 공무원교육원 47명 등 과장급 이상 91명이 파견돼 있다.


◆ 문제점 =재경부는 과장급 이상 직원이 1백65명인데 본부보직자가 75명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외부에 파견된 외곽 인원은 80명에 달한다.

10명은 무보직이거나 교육중이다.

''배''(본부 인원)보다 ''배꼽''(무보직자나 파견자)이 더 큰 셈이다.

본부 직원들은 사람이 모자라 거의 매일 야근을 하다시피 한다.

국제담당전문 고위관리가 없어 정부를 대표해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매번 달라지는 까닭에 국제 사회에서 ''왕따''당하고 있다.

반면 외부 파견자 가운덴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여건 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정원을 운영하는게 아니라 자리별로 엄격히 정원이 정해져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국방대학교 파견은 박정희 대통령시절 공무원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으나 교육내용에 별다른 변화없이 21세기까지도 계속되는 건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국방대학교에 1년간 파견나갔다 돌아온 L국장은 "독서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쉬는 날이 많아 골프를 실컷 쳤다"고 말했다.


◆ 이유 =공공부문 개혁으로 조직이 대폭 축소된 점을 들수 있다.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는 직원이 총 1천3백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재경부 6백50명, 기획예산처 2백50명 등 9백명으로 31% 줄었다.

또 그동안 공무원 감축이 많이 이뤄졌지만 주로 하위직이나 기능직 위주였다는 점도 고급인력이 남아도는 한 요인이다.

98년3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10월말까지 2년8개월 동안 옷을 벗은 공무원은 6만8천여명으로 전체 공무원의 15% 수준.

이 가운데 2급 이상 공무원 감축률은 11.7%, 6급 이하는 11.0%에 이르지만 과장급인 3∼5급은 4.1%에 불과하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