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금융-미디어 그룹의 욕망''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정·관계 로비설로 주목받고 있는 진승현(27)MCI코리아대표가 언론사 인수도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진 대표는 지난 98년12월 시사영어사로부터 현대창업투자를 인수한 후 MCI코리아 및 코리아온라인(KOL)등을 통해 계열사와 관계사를 13개까지 늘려 나갔다.

대부분이 신용금고나 종합금융 증권 보험 등 금융업체다.

2년도 안되는 기간에 쉴새 없이 기업 사냥을 해 온 셈이다.

그러나 진씨의 야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4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열린금고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언론 그룹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중앙일간신문인 S지의 자금부 관계자는 "MCI코리아측과 지난 7∼8월께 지분매각을 위해 협상을 가졌다"고 말했다.

MCI가 지분 일부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매각대금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는 것.

MCI코리아측 관계자도 4백억∼7백억원 가량의 지분 매입대금을 산정해 놓고 있었으며 신문사인수 후 방송사와도 접촉해 볼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방송사가 신문사를 산하에 둘 수 없다는 현행법 때문에 신문사를 먼저 인수한 후 나중에 방송진출을 생각했다는 것.

진씨는 클럽MCI를 통해 영화제작(영화 리베라메)등에도 진출했듯이 언론사와 영화사를 잇는 광범위한 미디어그룹을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시 진씨의 주종목은 금융부문.그 자신이 호언했듯이 ''가장 자신있는 게 돈버는 것''이었을 정도다.

서울 S고등학교 재학시절 전체 수석을 할 정도로 머리가 우수했던 그는 고려대 경영대학 무역학과(93학번)에 진학했으나 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해 94년 1학기를 마친 후 유학을 떠났다.

97년 귀국,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베팅의 천재였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종잣돈 20억원으로 신세기통신 LG텔레콤 한글과컴퓨터 등에 투자,가격이 두배로 뛰어올랐다.

이후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부사채 1백억원어치를 사서 1천2백억원에 파는 수완도 발휘했다.

그는 열린금고에서 투자금을 단기융통한 후 이를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를 이용하는 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그는 현금동원 능력이 2천억원은 된다고 호언했을 정도다.

그는 또 해외에서 섬을 사들여 국내외 대기업들의 조세피난처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법무법인 관계자는 "진씨가 이 문제를 상의해와 검토했으나 너무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씨가 이 프로젝트와 한스종금인수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진씨의 외할머니인 S(75)씨는 과거 사채시장의 큰손(증권과 사채)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진수학씨는 한때 육상연맹 부회장을 지냈으며 정·관계에 발이 넓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현재 MCI코리아 회장직과 다원산업(송탄시외버스터미널)대표직을 겸직하고 있다.

진씨는 평소 1백㎏이 넘는 거구임에도 깔끔한 외모에 호방한 성격으로 주위사람들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혼이며 인기 연예인 H양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강남의 1백평짜리 저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계 인사는 "머리는 좋지만 사회정의나 도덕적 윤리등에 무관심한 젊은이가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와 왜곡된 사회환경속에서 궤도를 이탈해 달리다 자멸하게 된 경우"라고 해석했다.

박수진·오상헌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