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9월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금호케미칼 울산공장 노동조합에 전화가 걸려 왔다.

회사측이 누적된 경영적자로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며 이례적으로 비상단협을 벌이자고 요구해 왔다.

지난 97년 4월 전신인 미원유화가 금호그룹에 편입되자마자 찾아온 IMF 경제위기로 눈물을 머금고 인원감축과 임금인상 동결등을 감내해야 했던 노조원들에게서는 "더이상 양보는 있을 수 없다"는 불만과 탄성이 터져나왔다.

노조 집행부는 그러나 지난 94년부터 3년여간 대립적 노사관계가 최악의 경영손실로 이어졌던 점을 떠올리며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마침내 구사적 차원의 결론을 이끌어냈다.

상여금 1백% 반납과 임금인상 동결,사원복지제도 시행 전면 유보 등을 감수했다.

회사측은 열린경영과 성과배분으로 보답했다.

최고경영자와 노조위원장간 긴급 현안을 논의하는 핫라인을 개설했다.

사이버공간을 통해서도 경영실적과 회사가 직면한 문제점을 전면 공개했다.

근로자 전원에게 사택을 제공했다.

10억원을 들여 근로자들의 능력을 개발하기위한 테크노 스쿨을 세웠다.

매달 셋째주를 ''비전플라자 주간''으로 지정,재무구조 개선과 낭비요소 제거를 위한 실행방안을 현장에서 노사대표가 직접 듣고 처리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개인과 팀에는 연봉산정과 승진때 철저하게 보상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는 지난 97년 7월 노사협력을 선언한 후 무분규 무재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식품 감미료인 ''suger ester''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도 올렸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