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논어(論語)에서 해서는 안되는 일 네가지를 가르쳤다.

매사에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아(我)'', 자기 언행이 반드시 틀림없다고 믿는 ''필(必)'', 무슨 일이든 확실하지 않은데도 추측으로 단정해 버리는 ''의(意)'', 제 주장만 옳다고 고집하는 ''고(固)''가 그것이다.

저만 내세우지 말고 남도 생각하라는 교훈이다.

이번에 ''항공기 무더기 결항''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시민들은 조종사들의 이기주의에 혀를 내둘렀다.

평생 추억으로 남을 청춘남녀의 신혼여행 단꿈이나 외자유치로 몸 단 기업가의 화급한 심사는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심은 ''수당''에 쏠려있었다.

이번에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무려 99개항을 내걸고 파업을 벌여 그 대가로 월 1백26만원 가량의 비행수당을 챙겼다.

일반 관리직의 한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미 기본급(18.6%)과 비행수당(9.4%)이 오른 데 이어 이번이 세번째 인상이다.

논어에서 지적한 ''아(我)''가 아닐 수 없다.

노조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비행시간이 무려 한달에 1백20시간이나 돼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서 제시한 자료에는 실제 비행시간이 월평균 60여시간에 불과했다.

노조는 그런 자료를 믿을 수 없다며 ''필(必)''로 버텼다.

''회사측이 외국인 조종사를 고용하는 것은 한국인 조종사들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근거가 애매한 ''의(意)''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 조종사가 많아지면 일이 줄어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나중에 입장을 바꾸기는 했지만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조종사노조의 실체를 인정하라''며 ''고(固)''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준엄한 공자의 가르침은 온데 간데 없고 그 자리엔 비행기를 타지 못한 승객들의 외침만 남았다.

''첫날밤''의 추억은 누가 만들어 줄 것이며,물거품이 돼버린 ''외자''는 어떻게 채워 주겠느냐고….이에 대한 회사측의 답변은 간단했다.

''천재지변''이어서 어쩔 도리가 없다고….

김문권 사회부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