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유의 항공파업 사태가 발생한 22일 김포공항과 지방의 공항들은 승객들의 환불과 항의소동으로 큰 혼란이 빚어졌다.

휴일에 맞춰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들은 신혼여행을 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단체여행도 취소됐다.

사업차 출국하려던 비즈니스맨들이 비행기를 잡지못해 거칠게 항의했으며 긴급히 보내야 할 항공화물까지 묶여 적잖은 피해를 냈다.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외국수행원과 취재기자도 귀국에 차질을 빚었다.

◆항공기 결항=이날 조종사들의 파업으로 대한항공의 국내선 및 국제선 3백84편중 62편만 정상운항됐다.

이로인해 5만여명의 승객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김포공항에서 출발예정인 국제선은 38편중 8편만 운항됐다.

이날 국제선은 도쿄와 베이징 홍콩 노선만 일부 운항됐을 뿐 미주와 유럽 노선은 한편도 뜨지 못했다.

또 해외에서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도 절반만 제대로 입국했다.

국내선 중에서는 수요가 많은 서울∼제주 노선만 일부 운항됐을 뿐 나머지 국내 노선은 운항이 완전히 중단됐다.

◆승객 피해=이날 오전 6시40분 출발 예정이었던 서울발 부산행 KE1101편부터 묶이기 시작해 줄줄이 결항됐다.

대한항공은 이틀전부터 예약승객들에게 결항 가능성을 알려주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공항으로 나온 대부분의 승객들은 "금시초문"이라며 어이없어했다.

특히 해외 비즈니스로 출국하려던 기업인들은 "계약이 깨지게 됐다"며 대한항공을 원망했다.

이날 실리콘밸리의 현지법인에서 열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려던 이광오(36)씨는 아침 일찍 공항에 나왔다가 출국을 포기했다.

이씨는 "외자유치를 위해 해외투자자와 회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회의를 하지 못하게 돼 자칫하면 자금유치가 무산될 위기"라며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데 항공망을 마비시켜 남의 일까지 망쳐놓는 자세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출용 샘플 등 긴급화물이나 고가화물이 대부분인 항공화물도 김포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이날 운항할 화물기는 21편이었으나 1편만 운항됐다.

ASEM 참석차 방한했던 일부 외국 수행원과 취재기자들도 비행기를 타지 못해 귀국하지 못하거나 황급히 비행기편을 바꾸는 등 불편을 겪었다.

ASEM 부대행사에 참석하고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발 로마행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하려던 이탈리아 문화잡지인 ''일 메사제르'' 기자와 줄리아니 프란체스카씨 등 3명은 대한항공 직원을 붙잡고 다른 항공편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었으나 결국 비행기를 잡지 못했다.

프란체스카씨는 "이탈리아에서는 항공사가 파업을 해도 전면 파업은 하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며 "마치 전쟁이 끝나고 우리만 한국에 포로로 잡혀있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제주와 속초 등 국내 관광지 공항에서도 소동이 빚어졌다.

제주노선 항공 수송의 70%선을 분담하는 대한항공 예약 승객들은 제주를 빠져 나가지 못한채 공항에서 하루종일 비행기를 기다렸다.

대한항공은 이날 제주출발 노선 48편중 12편만 운항했다.

아시아나항공마저 항공기 여유가 없어 특별기를 띄우지 못해 대한항공에 예약한 관광객 1만여명 가운데 신혼여행객을 비롯한 5천여명이 불편을 겪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