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재정이 더이상 환자들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지역의보는 지급여력이 완전히 고갈돼 올 연말이면 더이상 내줄 돈이 없어지게 된다.

정부가 들어올 돈은 계산하지 않고 병·의원에 주는 의보수가를 마구 올려준 데다 선심쓰듯이 의보혜택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의보 재정적자는 가입자가 채워야 한다.

대규모 적자를 내는 지역의보는 당장 11월부터 의보료를 올려야 하고 직장의보료도 내년 초엔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공무원과 교직원 의보료도 인하방침이 재검토되고 있다.

결국 모든 국민들의 의보료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돼 있다.

◆적자폭증 이유=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 여름까지만 해도 금년 의보재정 적자 규모가 1조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올 적자 폭은 1조3천억을 넘어서게 된다.

당초 4천억원으로 추정했던 지역의보의 재정적자는 5천4백37억원으로,6천억원으로 잡았던 직장의보의 적자는 7천1백억원으로 늘어난다는 게 복지부의 전망이다.

약간의 흑자를 예상했던 공무원·교직원의보도 올해 7백29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역시 지급액 증가다.

지난 97년이후 의보료 수입액이 지급액을 초과해 누적적자가 쌓인 상황에서 금년에 무리하게 의보수가를 올려줘 지급여력이 휘청거리게 된 것이다.

특히 복지부는 올들어서만 세차례에 걸쳐 의보수가를 인상했다.

내린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 올려준 것 뿐이다.

의약분업 파행으로 병·의원들이 집단 폐·파업에 들어가자 의보수가 인상으로 대응한 것이다.

올들어 올려준 처방료와 조제료 재진료 등으로 늘어난 부담만도 2조원을 넘는다.

의보료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특히 적자가 대폭 늘어난 지역의보의 경우 소득추계가 가장 부실하다.

가입자 가운데 의사나 변호사 세무사 같은 전문직 고속득자와 대형업소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에게 월급쟁이만도 못한 의보료를 받았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고소득자답게 고가의 치료를 원해 상대적으로 의료비를 많이 쓰는 집단이기도 하다.

복지부는 의보재정 악화에 대해 "지난해 3백30일이었던 의료보험 적용일수를 올해 3백65일로 늘린 것이 의료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건당 진료비가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의보수가 인상에 따른 부담을 빼면 올해 의보재정이 흑자를 내게 돼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대책 및 전망=의료보험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적자가 발생하면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올려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부 재정으로 일부를 충당할 수 있지만 세금도 국민부담이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

결국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된다.

재정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낸 지역의료보험은 11월중 20%이상의 인상이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오는 24일께 재정운영위원회를 열고 인상폭을 논의할 방침이다.

적자폭이 커졌기 때문에 인상폭도 당초 예상 수준(15% 내외)을 넘을 수밖에 없다.

직장인들에 대한 의보료도 내년 1월엔 오르게 돼 있다.

공무원·교직원의보와 재정을 통합하면서 의보료 부과기준을 통일한다는 명분으로 의보료를 올리기로 했다.

직장인들은 이미 올 하반기에 의보료가 대폭 인상된 데 이어 내년초에 또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나 불만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과 교직원에 대해서는 금년에 의보재정이 약간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 직장의보와 통합되기 때문에 의보료 부담을 다소 낮춰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재정상태가 악화돼 방침 수정이 불가피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직장의보와 공무원·교직원의보의 재정통합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의보재정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수긍하지만 고소득자에 대한 의보료 징수를 강화해 의보재정의 수입기반을 다지면서 정부가 무리한 수가인상을 자제해 지출요인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의료기관이나 저소득자에 대한 선심성 혜택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