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설계 시공상 하자때문에 교통사고가 일어난 경우 도로 시공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도로 관리의 잘못이 아닌 시공 하자를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인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7단독 홍준호 판사는 18일 고속도로 운행중 중앙선을 침범,마주오던 차를 들이받고 탑승자들을 숨지게 해 유족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위모(31)씨가 사고지점의 도로 시공에 문제가 있었다며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2천8백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홍 판사는 판결문에서 "사고 지점 도로는 급격하게 왼쪽 오른쪽으로 굽어져 있지만 피고는 그 사이에 적절한 완화곡선이나 직선구간을 설치하지 않았고 최고속도 시속1백㎞인 고속도로임에도 곡선부를 빈번하게 연이어 설계하는 등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위씨는 지난 97년 5월 부산 덕천동 남해고속도로에서 이모씨의 승용차를 들이받아 탑승자 3명을 사망케 해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뒤 도로공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