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 전 경복고 교장 >

교육부 지침에 따라 현재 고교 3학년은 연 2회 전국 단위의 모의 수능시험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교 1,2학년들에게는 전면 금지되어 있다.

내년부터는 고 1,2,3학년 모두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볼 수 없게 된다.

모의고사의 필요성은 일선 교사와 학생,학부모들로부터 여전히 제기되고 있지만 교육부에서는 원칙만을 내세우고 있다.

모의고사는 전국 단위의 성적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경쟁 심리을 부추기는 동시에 불안 심리를 가중시켜 과외 가수요를 유발한다는게 교육부의 논리다.

또 학교 교육에 사교육 기관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부는 주장한다.

교육부가 제기하는 이같은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을 대부분의 교사와 학생,학부모들이 왜 학교 모의고사 금지 방침을 문제삼고 있을까.

모의고사의 필요성은 입시제도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한국의 입시제도 골격은 미국의 제도를 근간으로 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그중 전형 자료면에서 볼 때 한국의 수능시험은 미국의 SAT시험과 유사하다.

그러나 실시 방법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의 SAT시험은 연 7회 학생들에게 응시기회를 주고 있다.

시험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노력해서 다음 번 시험을 보면 된다.

반면 우리는 단 한번의 시험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받게 된다.

한번 뿐인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의고사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모의고사가 긍정적인 면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행같이 응시 기회가 1회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모의고사를 통한 훈련과 학습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현재 재학생들 중에도 상당수 학생들이 재수생에 비해 모의고사를 통한 훈련 기회가 적어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모의고사 실시 규제 및 금지 조치는 일선 교사와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능시험의 응시 기회를 확대하면서 각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해당 대학의 기준에 따라 절대 기준 평가를 활용하면 모의고사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