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조총련 동포 1차 고향방문단 63명이 22일 오전 대한항공 KE 706편으로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그리던 고국땅을 밟았다.

22~27일까지 5박6일간 일정으로 고국을 찾은 방문단은 이날 오후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가족들을 상봉하는 등 첫 날을 보낸뒤 23~24일 고향에서 주말을 보낼 예정이다.

이념의 벽에 둘러싸여 반세기 넘게 고향을 등졌던 조총련계 동포들은 숙소에서 가진 개별상봉에서 혈육을 만나 마음껏 울었다.

한달여전 남북 이산가족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피눈물을 뿌렸던 바로 그 곳에서 이번엔 한국과 일본으로 갈라져 살던 형제와 모자가 얼싸안았다.

오후 4시부터 2시간동안 객실에서 이뤄진 만남은 헤어져 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인지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기다림과 이산의 한이 한꺼번에 봇물처럼 터지며 가족들은 회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조총련계 동포의 대부분은 이번 방문이 60∼70년만의 귀향길이었다.

지난 1930년대 일제의 강제연행이나 유학 등으로 일본에 건너간 이래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이번 ''1차 조총련 동포 고향방문단''에 포함된 정임진(88) 조총련 홋카이도 소라치 분회 고문은 30년대초 19세때 홋카이도로 강제 연행됐다.

남호황(76) 지바현 전 상공회장은 일본에 공부하러갔다가 58년간 고향을 등져야 했다.

이들은 남북의 분단으로 ''조선''이 없어진 뒤에도 ''조선''국적을 고집하며 분단 조국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날을 고대하며 살아왔다.

피붙이들이 ''빨갱이 가족''으로 몰려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연락도 끊고 살아왔다.

올해 1백4세의 윤희춘 할머니와 아들 양석하(72·조총련 도쿄도 아다치지부 고문)씨.

양씨는 지난 88년 일본에서 어머니와 재회한 뒤 12년만에 조국땅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그때 어머니는 양씨가 고향을 찾을 때까지 살겠노라고 다짐했었다.

어머니는 이제 그 약속을 지킨 셈이다.

고향을 떠난 후 처음 방문길에 오른 남호황씨는 그리던 어머니 대신 형 호정씨를 만나야 했다.

어머니는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뒤였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