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양궁대표팀은 노장과 신예의 ''황금콤비''로 시드니올림픽 양궁 여자개인부 정상을 쐈다.

관록에서 나온 노련한 경기운영과 신예의 패기가 뭉쳐 이룬 걸작이었다.

금메달리스트인 대표팀의 막내 윤미진(17·경기체고2)은 서향순 김수녕에 이어 ''여고생 신궁'' 계보를 내림받은 한국양궁의 대들보다.

그는 10대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대담했다.

지난달 잠실에서 열린 시범경기와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대선배인 신궁 김수녕을 맞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과녁을 관통했다.

긴장하다가도 사대에 서면 오히려 반석처럼 안정되는 특이한 성격이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특히 세찬 바람 등 최악의 기상조건에선 오히려 시위가 정확해졌다.

그는 경기 송정초등학교 4학년때인 93년 "양궁부친구와 함께 하교하고 싶었다"는 엉뚱한 이유로 활을 잡았다.

이후 끊임없는 노력과 천부적 재능으로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7개월간의 지옥레이스 올림픽 대표선발전을 통과했다.

태릉선수촌에서 체계적 훈련을 거치며 ''유망주''에서 ''금메달후보''로 발돋움했다.

지난달 덴마크 브론비에서 열린 유러피안 그랑프리 대회 예선에서 올시즌 세계 최고기록인 6백65점을 쏴 ''올림픽 돌풍''을 예고한 것.

전문가들은 그가 국제경험만 더 쌓는다면 앞으로 10년간 한국양궁을 이끌어 갈 재목이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버지 윤창덕(54)씨와 어머니 김정희(44)씨의 1남4녀중 넷째인 윤미진은 선수생명이 다할때까지 현역을 지키겠다는 다짐이다.

윤미진에게 1점차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건 김남순(20·인천시청)은 지독한 연습만이 결실을 가져온다는 격언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흔한 남자 친구도 없고 TV도 보지 않으며 양궁에만 삶을 헌납했다.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할 때도 1주일에 한번씩 허용되는 외박까지 반납하고 활을 쏴 코칭스태프들까지 놀라게 했다.

지난 96년과 98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성인무대에선 검증되지 않았던 신인이다.

키 1백70㎝,몸무게 65㎏의 좋은 체격조건으로 남자선수들이 사용하는 42파운드의 활을 쏜다.

힘과 세기를 두루 갖춘 것.

그는 경남 창원초등학교 5학년때인 92년 활을 처음 잡았고 4년후인 진해여중 3학년때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한국양궁의 미래''로 떠올랐다.

지난해 진해여고를 졸업한 뒤 양궁에만 전념하기 위해 실업팀인 인천시청을 선택하는 용단을 내렸다.

아버지 김진택(53)씨와 어머니 심삼순(46)씨의 3녀중 장녀인 그는 앞으로 10년간 현역생활을 한 뒤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동메달리스트인 김수녕(29·예천군청)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한국양궁의 영웅.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2관왕일 당시 17세 소녀였지만 이젠 두 아이를 둔 주부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현역복귀를 선언한 뒤 국가대표선발전에 참가,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복귀후 전성기때의 기량을 회복하고 어린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정상정복에 디딤돌 역할을 했다.

그는 여고 1년때인 87년 제3회 프랑스양궁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며 신데렐라가 된 후 89년과 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정상에 섰다.

93년 은퇴를 선언,체육교사 이기영(30)씨와 결혼한 김수녕은 현재 딸 지영(5)양과 아들 정훈(2)군을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