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니 밤하늘을 볼 때면 베트남에 두고 온 가족들의 얼굴이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베트남에서도 이맘때면 이웃을 돌아가며 방문하고 금붙이를 주고 받습니다. 부모님께 선물이라도 전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참아야죠"

산업연수생으로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난로 심지 제조업체 비제이테크놀로지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당홍틴(29)씨.

그는 이국만리 한국에서 중화문화권의 최대 명절인 중추절을 맞는 감회를 이렇게 밝혔다.

당홍틴씨는 이번 추석연휴 기간중 일요일인 10일을 제외하고는 내내 정상작업을 할 생각이다.

물론 의무적으로 근무를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향생각을 하며 복잡한 심사를 달래느니 차라리 일을 하자고 결정했다.

게다가 평상시보다 50%나 많은 특근수당도 받을 수 있다.

아버지의 나라에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온 카자흐스탄 출신 알렉스 김(26)씨는 "한국계인 아버지가 사할린에 살다가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했다"며 "일반적인 카자흐스탄 출신과는 달리 어려서부터 추석을 명절로 여기며 자랐기 때문에 고향의 가족들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한다.

그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연휴기간에도 계속 일을 할 것"이라며 "일요일에는 카자흐스탄에서 함께 온 동료들과 쇼핑도 하며 한국의 명절을 즐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오성전자에서 일하는 중국인 장윈상(張雲香.27)씨는 연휴에 회사에서 보여주는 중국영화를 보며 향수를 달랠 셈이다.

장씨는 한국산업단지 공단에서 운영하는 ''문화대학''에서 배운 한국어가 유창해 조선족으로 오해 받을 정도지만 역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떨쳐 버릴 수 없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산업연수생으로 취업하고 있는 외국인은 공식적으로 4만6천명.

그러나 산업연수생 제도가 도입된 이래 들어온 14만명중 6만4천명만이 출국한 것으로 집계돼 3만여명은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중국 등지에서 들어온 밀입국자 15만명과 1만5천명의 외국인 전문인력을 포함하면 한국에서 추석명절을 맞는 외국인 근로자는 약 24만명선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권이나 구 소련권 등에서 일자리를 찾아 온 사람들이다.

타국에서 돈을 버는 처지인 데다 생활여건이 넉넉지 않아 명절을 즐길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가족이 그립지 않을 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렇게 명절을 맞는 이들을 위해 11일 용인 에버랜드에서 외국인 산업연수생 큰잔치를 열기로 했다.

1천5백명이 참가할 이번 행사는 한가위 민속놀이와 각국의 민속공연, 장기자랑 등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태권도와 사물놀이 등은 외국인 연수생들이 직접 체험하는 코너로 진행할 계획이다.

시화공단에 있는 인쇄업체 정원산업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인 사나디(25)씨는 "같이 일하는 인도네시아 동료 4명이 모두 애버랜드 행사에 참여키로 했다"며 "12일부터 14일까지는 할인티켓을 이용해 친구들과 롯데월드 등에서 연휴를 만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학교도 오는 11일 노천극장에서 조선족 동포를 위한 한가위 대잔치를 연다.

이날 행사에는 조선족 동포교회 신도 1천8백여명 등 1만여명이 참가해 축구경기와 노래자랑 등을 즐길 예정이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