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테러(Food terror)''가 위험수위다.

도대체 맘놓고 먹을 게 없다.

납덩이를 넣은 꽃게와 복어,물먹여 얼린 아귀,살충제를 뿌린 인삼,황산으로 가공한 식용유 등 음식이 ''폭탄''보다 더 위험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방부제와 환경호르몬 유전자변형식품 등으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소비자들은 요즘엔 원시적인 테러로 떨고 있다.

소비자들은 잇따른 부정·불량식품 유통 사건을 지켜보면서 ''음식 먹기가 겁난다''고 입을 모은다.

더군다나 검사와 단속은 뒷북치기로 일관하고 있다.

주부들은 "집집마다 상비품으로 금속탐지기를 들여놔야 할 판"이라며 "자신의 아들 딸과 부모에게도 이런 짓을 하겠느냐"며 치를 떨고 있다.

◆믿지못할 수입 농수산물=최근 인천 부산 등을 통해 들어온 납꽃게는 시민들의 식품에 대한 불신·불안감을 극도로 증폭시켰다.

지난 24일엔 냉장복어에서도 낚시용 납추가 검출돼 납 주입이 고가 어종 전반으로 확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납이 든 중국산 냉동꽃게는 27일 부산에서 또 나와 이미 지난 6월부터 시중에 유통됐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돌이나 물을 넣는 것은 고전적인 수법이다.

전남 영산포 일대 홍어시장에서는 칠레산 홍어의 뱃속에 어린이 주먹만한 돌덩이가 2∼3개씩 들어 있었다.

배에 물을 넣어 급속히 냉동시키는 방법으로 무게를 늘린 외국산 아귀와 복어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립수산물검사소에서 검사과정에 반송·폐기된 것만도 올들어 7월까지 냉동 아귀가 3백24t,냉동 복어는 1백80t에 달했다.

작년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국산으로 둔갑한 외국산 농수축산물 얘기는 뉴스도 아니다.

서울 경동시장 등 주요 한약재시장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인삼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인 BHC가 대량으로 검출됐다.

국립식물검역소가 지난 7월말까지 검역한 12만2천여건의 수입식물 중 2만4천1백89건이 불합격판정을 받았을 정도다.

작년보다 47%나 증가한 규모다.

◆겁나는 불량·저질 식품=국산 농수축산물도 마찬가지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최근 화공약품인 황산을 넣어 식용유를 가공한 식용유지제조업자를 구속했다.

범인은 옥수수기름에 황산을 넣어 참기름 색깔로 바꾼 뒤 전국 대도시의 참기름 제조업체에 판매했다.

남양주 동두천 포천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 묵에서는 식품첨가물로 사용할 수 없는 디하이드로초산과 솔빈산 등이 나왔다.

이같은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와 돼지 등 육류에 물을 먹이는 것은 툭하면 적발되는 사례다.

실험실에서 쓰던 짐승의 고기를 유통시키고 폐사한 가축을 멀쩡한 고기로 둔갑시키는 전문적인 조직범죄단도 있다.

고춧가루에 물감을 넣고 콩나물에 농약을 치는 정도는 이젠 놀랄 일도 아니다.

식품 전문가들은 "''불량·저질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해서라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준영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