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방문한 북측 이산가족방문단이 사용하는 단어에서 50년 세월은 역시 짧지 않았다는 것이 실감났다.

남쪽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생소한 단어를 쓰거나 같은 단어라도 다른 뜻으로 쓰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선물''.북한에서 ''선물''이라는 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리는 하사품을 일컫는다.

정의 표시로 친구나 친지간에 주고받는 물건을 지칭할 때는 ''기념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남쪽 가족들을 위해 무슨 선물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북측 방문단이 순간 어리둥절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장성원''(保障成員)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이산가족 1백명과 함께 서울에 온 수행원들은 가방에 하나같이 ''지원요원''을 뜻하는 ''보장성원''이라는 표지를 달고 있다.

남쪽에서 다소 문어적인 용법으로 쓰이는 ''표상''(表象)이라는 단어도 북에서는 ''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생각할 때 그것이 눈앞에 없어도 머리에 흐릿하게 떠오르는 형상''이라는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된다.

노모를 찾아온 한 북측 이산가족은 상봉을 앞두고 "어머니의 표상은 떠오르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어떨지 모르겠다"며 떨리는 마음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남한 사람들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단어중 하나가 ''일없다''는 표현.

남한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을 때 상대방의 호의나 친절을 거절할 때 사용되는 반면 북한에서는 ''괜찮다,상관없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번 방남단에 포함된 북한 예술계의 첫 여성박사이자 현재 평양음악무용대학교수인 김옥배(62·여)씨가 전공한 ''집단체조''는 우리의 ''매스게임''에 해당하는 말.음악에 맞춰 연기하는 여자체조경기인 ''리듬체조''는 ''예술체조''로 불린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