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이 외래진료를 거부하고 동네의원 대부분이 문을 닫은 11일 진료받지 못한 환자들이 병·의원을 찾아 헤매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환자들은 "의사들이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대란을 다시 벌인 것은 인륜(人倫)을 잊어버린 행위"라고 분개했다.

또 의료계에 굴복해 국민부담을 가중시킨 보건의료발전대책을 내놓고도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환자들 분노 폭발=환자와 시민들은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파업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집단인질극''"이라며 분노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인 최모(17)군은 "목뼈가 부러져 입원했는데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스럽다"며 "의사들이 가족이 아파도 이렇게 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손을 다쳐 고대구로병원에 입원중인 장모(52.남)씨는 "정부는 아무 대책도 없이 의료보험수가만 올리고 의사들은 이권만 찾으려고 해 국민들 등만 터진다"고 비난했다.

◆교수들의 진료거부=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지난 10일 외래진료에서 철수키로 결정하자 11일 전국 의대교수들의 외래진료 거부가 잇따랐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암환자 등 특별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각 과별로 자율에 맡겨 진료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엔 외래진료를 중단했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도 계속해서 투약이 필요한 환자들만 진료했고 한양대 의대 교수들은 외래진료를 전면 중단했다.

연대 의대 교수들은 11일 진료연기를 통보받지 못한 예약환자들만 진료하고 12일부터 진료거부에 나서기로 했다.

고려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14일부터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심각한 진료공백=전공의와 전임의 파업에 이어 교수들마저 진료를 거부하자 대형병원의 기능이 사실상 중단됐다.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에서는 전공의와 전임의 등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진료하고 있으나 밀려드는 환자를 처리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응급의학과장과 의무부장,전임의 3명이 ''24시간 3교대''라는 악조건에서 근무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응급실마저 멈출 위기다.

문을 닫는 동네의원도 속속 늘어나 환자들의 불편이 컸다.

전국적으로 동네의원의 폐업률은 59.8%에 달했다.

◆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북새통=국립의료원 응급실은 환자들이 평소의 2배나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국립의료원은 이에따라 외래진료 연장근무에 돌입하기로 했다.

보건소에도 평소보다 20∼30% 가량 환자가 늘어나 진료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했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