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청와대에서도 저희 행남자기를 써주십시오"

지난 95년 청와대에서 있은 전국 우수업체 노조위원장 초청 오찬장.

식사가 끝나고 티타임을 갖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렸다.

얘기를 불쑥 끄집어낸 주인공은 당시 행남자기 노조위원장 이연성씨.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씨의 거침없는 요구를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이러한 자세가 노조위원장의 참모습이다.노동운동도 저렇게 해야 한다"는 찬사도 보냈다.

이 일로 행남자기는 청와대 등에 1천만원 상당의 자사제품을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일화는 한동안 정부의 노사교육용 사례로 활용됐다.

전남 목포의 생활도자기업체인 행남자기는 이처럼 ''노사가 따로 없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사훈도 ''협심동력(協心同力)''.

노조가 설립된 지 40여년이 되도록 단 한건의 노사분규도 없었다.

40여년간 뿌리내려온 ''한몸''의식은 파산과 정리해고의 한파가 닥쳤던 IMF 때 진가를 발휘했다.

대량해고 바람이 부는 동안 행남자기는 단 한명의 근로자도 내쫓지 않았다.

노조도 화답했다.

회사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제품판매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4개월여 만에 판매액이 당초 목표였던 10억원을 훌쩍 넘겼다.

최근에야 비로소 바람이 일고 있는 투명경영도 행남자기는 이미 70년대 후반에 도입했다.

일본에서 태동하기 시작한 ''부분업적평가시스템'' 도입을 통해 회사의 경영실적을 숨김없이 공개해왔다.

지난 98년 3백3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3백95억원으로 느는 등 꾸준한 성장으로 창립 이래 줄곧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목포=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