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4남1녀중 장남으로 지난47년 7월 월남했다가 50년이 넘도록 고향에 가지 못하고 있는 윤대호(71.서울 관악구 봉천6동)씨는 부모님의 사망과 형제자매의 생존 소식을 한꺼번에 전해듣고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윤씨는 27일 오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북한에 태산(65) 금산(60) 도산(54)씨 등 남동생 3명과 누님 신자(74)씨가 살아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버지 윤기선씨와 어머니 노숙정씨가 이미 사망했다는 비보도 함께 전해들었다.

윤씨는 18살이던 지난47년 친한 친구 1명과 함께 38선을 넘었다.

고향인 평안남도 순천군 자산면 자산리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윤씨는 보다 좋은 여건속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월남을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윤씨는 "어머니가 "아직 어리니까 혼자 가지 말고 아버지가 데려다 줄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렸었다"면서 "어머니 말씀을 듣지 않고 밤에 몰래 빠져나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6.25전쟁이 끝난 뒤 북한 출신 피난민들로부터 가족들이 원산으로 끌려갔다가 폭격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부모님의 제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윤씨는 "제사를 지낼 때마다 아내(나윤열.68)의 몸이 아파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가 영문을 물어봤더니 점쟁이가 부모님이 아직 살아 계신다고 말했다"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혹시나 부모님이 살아계실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고향에 가면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 지 물어보고 맨먼저 산소를 찾아 성묘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남으로 내려와 경찰관 생활을 하다 공군에서 군 복무를 마친뒤 미8군 용산기지 등에서 목수로 일하다가 지난89년 정년퇴직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요진빌딩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슬하에는 2남을 두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