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임의동행을 요구해 당사자가 이를 거절했는 데도 강제로 연행했다면 그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7부는 18일 지난해 8월 범민족대회가 열리던 서울대학교에 들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돼 18시간 가량 불법감금됐던 이 학교 학생 김모(32)씨 등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1인당 2백만원씩 모두 2천4백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시민들이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당사자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도 경찰이 강제 연행했을 경우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의동행을 하려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임의동행을 요구하고 당사자가 이를 거절할 경우 설득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도 원고들을 18시간 가량씩 불법 체포.감금한 만큼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 등이 불법 집회에 참가한 현행범이어서 공무집행 차원에서 체포했다"는 피고측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들은 학생이거나 집회와는 무관한 일반시민으로 진압경찰에게 체포될 범죄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는 만큼 현행범 체포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대학원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김모씨 등은 지난해 8월15일 오후8~9시 께 불법 집회로 규정된 범민족대회가 열리던 서울대에 들어가거나 나오려다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를 받게 되자 "우리는 집회와는 상관이 없다"며 거절했다가 연행돼 다음날 오후 2시까지 18시간 가량 감금당하자 소송을 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