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니 꿈만 같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만나 손이라도 잡고 싶을 뿐입니다.

북쪽에 남겨둔 가족을 그리며 북녘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돌아가신 부모님 소식을 전하자니 마음이 아픕니다"

북한 적십자회가 16일 통보해온 8.15 이산가족상봉단 후보명단에 자기 가족이 있는 사실을 확인한 남한가족들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당장 북으로 달려가 끌어안고 실컷 울고 싶다"며 연신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하루종일 언론에 눈과 귀를 집중하며 북한 적십자회의 명단발표 내용에 관심을 보였다.

북한의 이산가족상봉단 후보명단에 가족의 이름이 들어있는 남한가족들은 한호성을 지르며 감격에 목이메어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러나 상봉단 명단에 끼지도 못하고 북쪽 소식만 기다리던 이산가족들은 앞으로 "언제 가족을 만날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6.25때 의용군으로 북에 끌려가 죽은 줄만 알았는데 다시 만나게 되다니 꿈만 같습니다"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북한 적십자회가 전달해온 8.15 북측 이산가족상봉 명단에 동생 임재혁(66)씨의 이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형 창혁(71)씨는 서울 양천구 목동 자택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했다.

임씨는 "인민군이 서울에 진입한 당일 이웃들로부터 당시 중학생이던 재혁이가 의용군으로 징집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 소식을 듣고 의용군들이 모여있다는 혜화국민학교로 찾아갔지만 사지로 떠나는 동생의 얼굴을 끝내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며 생이별한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지금 병상에 누워계신 91세된 노부께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알려드렸지만 귀가 어두우셔서 잘 알아듣지 못하고 계신다"며 "그러나 어쨌든 아버님께서도 죽은 줄 알고 있던 아들이 살아 돌아온다는 사실을 아시면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회한의 세월을 보낸 동생이 마지막을 고향 땅에서 보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죽기 전에 만나고 싶었는데 감개무량 합니다"

동생 주영훈(69)씨가 이산가족상봉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들은 주영관(71.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감격에 겨운듯 울먹였다.

주씨는 의용군으로 끌려간 동생을 정확히 50년만에 다시 만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듯 흥분된 모습이었다.

그는 "아버지는 한국전쟁 발발 다음해 지병으로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동생을 그리다 93년 93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며 "다행히 형제 4명은 모두 서울에 살고 있어 동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가 운이 좋아 이번에 동생을 만나게 됐는데 다른 사람들도 하루 속히 헤어진 가족들과 상봉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북측에서 전달한 이산가족 후보명단에 형 김봉회(68)씨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생 김규회(67.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씨는 "정말꿈만 같다"며 감격해 했다.

김씨는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찾기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이산가족 방문단 후보에 뽑히지 못했었다"며 "북에서 보낸 후보명단에 들어있다니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형 봉회씨는 지난해 4월24일 평양방송에 그의 수기가 소개되면서 북한 거주사실이 확인됐었다.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에 살고 있는 하재인(73)씨는 동생 재경(65)씨가 북측에서 보낸 이산가족 후보명단에 들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재경이를 하루빨리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벅찬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씨는 지난 5월3일 동생 재경씨가 북한에 생존해 있다는 것을 북한 언론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동생 재경씨는 7월24일자 북한 무소속 대변지 통일신보에 게재된 그의 수기를 통해 평양시 김책종합공업대학에서 강좌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인씨는 고향인 충북 괴산군에 살고 있던 형 재영(81)씨가 한달 전인 지난 6월10일 사망했다면서 "형이 사망하기 전에 재경이 소식을 알고 기뻐했었는데 동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세상을 떠나 가슴이 아프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 김문권.유영석 기자 mkkim@hankyung.com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