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9일 울산시 부곡동 삼성석유화학 울산공장 근로자협의회실.

근로자협의회 대표인 노사위원 9명과 평의원 8명이 임금인상안에 대한 사측과의 협상방향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어졌다.

노조없이 노사협의회 체제를 구축한지 10년이 되었으니 협의회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부 평의원들의 주장때문이었다.

IMF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1백명의 동료들이 물류등 3개 분야에 분사형식으로 자리를 옮긴데 대한 불만도 팽배해 있었다.

배병대 위원장은 "뜻은 이해하지만 경영의 파트너로서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의 틀을 깨서는 안된다"면서 설득,결국 임금인상안을 사측에 백지위임하기로 결의했다.

그당시 울산지역 대부분의 사업장이 경영난으로 임금을 내린 반면 이 회사는 임금을 동결조치한 것도 백지위임 결정에 도움을 주었다.

삼성석유화학의 이같은 노사간 신뢰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회사는 미국.일본의 합작선에서 직원들의 휴가와 인력이 동종사에 비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할 때도 한국인의 정서상 불가피함을 강조하면서 주주들을설득했다.

회사는 또 성과배분제와 최고 1억원을 지급하는 아이디어 뱅크제를 도입,원가절감으로 얻어진 경영성과분을 사원들에게 과감히 되돌려주었다.

근로자들은 스스로 능력개발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에 보답했다.

노사화합과 원가절감을 통한 이러한 상생의 전략은 바로 경영성과로 나타났다.

노사공동의 경영혁신운동인 "HIT-21"은 제조원가를 44%나 낮춰 IMF위기속에서도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적자경영에 시달리던 경쟁업체들과는 달리 이 회사는 97년 59억원 98년 49억원 99년 2백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에는 폐수처리장내 찌꺼기인 슬러지(sludge)를 완전분해하는 처리기술을 개발,상용화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는 올해 능률협회가 주관한 생산성 대상 정보화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회사의 이익은 바로 근로자들의 복지향상에 쓰이고 있다.

94년 3억원이었던 사내근로복지기금은 현재 30억원에 달한다.

이 기금은 근로자협의회 위원장과 회사측 지원팀장이 주임이사가 돼 투명하게 운용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