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社會 이대론 안된다 - ''도덕적 해이 원인과 처방'' ]


사회에 "원칙"이 무너졌다.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권위"는 더이상 어느곳에도 서 있지 않다.

대화로 해결할 일이 폭력으로 얼룩지는게 예사다.

안병욱 숭실대 명예교수는 이런 상황을 "반칙사회"라고 표현했다.

원칙이 존중받지 못하는 "변칙사회"를 넘어 아예 원칙이 무너진 사회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총체적 위기"라는 진단이다.

안 교수는 이에따라 국민들의 총체적 반성과 자각을 촉구했다.

"도덕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우선 사회지도층부터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 만난 사람 = 정만호 < 사회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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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갈등"이라는 것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지만 요즘은 심한 것 같습니다.

특히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모든 일에는 원리 원칙이 필요합니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원리와 원칙"이지요.

다른 말로 하면 "정도" "순리" "사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경제.사회.도덕의 원칙이 사라졌습니다.

"변칙" 정도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심한 "반칙사회"로 가고 있어요.

반칙이 일반화되면 사회는 존립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무엇보다 "권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게 걱정입니다.

상하간은 물론 가정과 학교에서도 권위가 무너졌습니다.

지도층에 대한 신뢰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권위붕괴의 사회"입니다.

누구나 수긍하는 권위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억지 존경으로 지탱하는 "권위주의"만이 남아 있습니다.

이른바 지도층이라고 치부되는 법관, 교수, 국회의원, 기업인, 군장성 뿐 아니라 집안의 가장과 교실의 선생님조차도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권위붕괴의 사회에서 정도와 원칙을 걷는 사회로 되돌아 가려해도 관행이나 인습 때문에 돌아가질 못합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합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의료계와 노동계의 투쟁도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보여집니다.

"의약분업과 관련된 파동을 그 사례로 볼 수 있겠군요.

정부가 차분히 준비해서 차근차근 행동에 옮겨야 할텐데 발등에 불이 떨어져 허둥대면서 밀어붙이니 일이 제대로 되겠어요.

의사나 약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들도 정책당국자들을 많이 원망합디다.

공연한 고집 내세우지 말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살펴보는 시도가 필요해요.

정부가 세운 정책은 누가 어떻게 되든 시행돼야 한다고 고집해선 안되지요"


-단순한 정책불신 외에 집단이기주의가 가세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남의 입장은 돌아보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사회 전체가 너무 이기주의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대화를 통해서 하는 것이지요.

폭력이 개입된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대화로 해결하려면 우선 자세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나는 그 절차를 네 단계로 정의합니다.

첫째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둘째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라는 겁니다.

의사는 환자를 생각하고 정부는 노동계의 입장을 헤아리는 등 서로의 처지를 헤아리는 배려가 필요하단 얘깁니다.

세번째는 경청하는 태도입니다.

남의 얘기를 들어야 대화가 가능합니다.

성인 ''성(聖)''자를 보세요.

먼저 듣고(耳) 그 다음 말하는 것(口)을 최선(王)으로 아는 사람이 바로 성인이란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타협입니다.

타협은 공생공영의 원리입니다.

미국에 강연을 간 적이 있었는데 한 미국 교수가 미국내 소수민족 평을 하더라구요.

유태인은 "나 살고 너 죽자"고, 중국인은 "나 살고 너 살자"인데 한국인은 "나 죽고 너 죽자" 문화라고 비교하더군요.

낯뜨거웠어요.

대화하는 훈련, 타협하는 자세를 길러주는 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원칙이 무너지게된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오래된 일이지요.

권력과 금력이 결탁하고 이권들이 서로 야합하면서 사회가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변칙과 반칙이 판을 쳤습니다.

법과 규칙을 잘 피해가고 어기는 사람이 성공을 했으니 원칙이 존중될리 없지요.

결탁과 야합이 진행되면서 부정부패가 양산됐어요.

더군다나 부정부패는 폭력을 동반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급성장과 부정부패와의 악연에서 연유를 찾으시는군요.

사실 "이 사회를 이끌고 있는 지도층이 과연 떳떳한가"라는 인식들이 적지 않습니다.

"역시 사회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계층이 수범을 보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용기를 내야 합니다.

지도급 인사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기부정" 때문이죠.

돈을 받고 학생을 입학시킨 교수라든가, 뇌물을 받고 법을 통과시켜준 국회의원이 어떻게 당당한 자세로 모범을 보일수 있겠어요.

공자가 "의를 보고 행하지 못하면 그것은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見義不爲無勇也)"는 말씀을 했어요.

윗물이 용기를 내서 모범을 세우면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서서히 변화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세기의 역사가 넘겨준 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역사는 어느 민족에게나 숙제를 내주게 마련입니다.

이를 잘 풀면 역사의 우등생이 되는 것이고 잘못 풀면 열등생이 되는 것이죠.

아주 못 풀면 낙제생이 되는데 일제시대의 우리가 바로 그런 꼴이었죠.

20세기는 우리 민족에게 5가지 숙제를 운명적으로 던져주었다고 봅니다.

그중 세가지는 성공했고 두가지는 실패했습니다.

나는 이를 "3성(成) 2패(敗)"라고 부릅니다.

3성을 먼저 얘기한다면 우선 국가독립입니다.

외세에 힘입은 바 크지만 우리 내부역량도 상당한 역할을 한게 사실입니다.

둘째는 가난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개발도상국들이 아직도 모범으로 떠받들고 있을 정도로 우리의 경제자립은 전세계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세번째는 민주화입니다.

90년대 들어와 민간출신 정부가 탄생하면서 독재체제에서 민주사회로 완전한 변모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2패는 무엇입니까.

"그 첫째는 분단입니다.

나 역시 1년후에 온다고 약속하고 남한으로 내려와서 55년동안 못가고 있습니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 언젠가 통일이 되겠지만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일문제보다 더 힘든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바로 부정부패 문제입니다.

난제중의 난제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사회가 부정부패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것일까요.

"흐린 물을 맑게 하는건 역시 "맑은 물" 밖에 없어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부(腐)"와 "패(敗)"라는게 뭡니까.

썩어서 망한다는 뜻입니다.

사회가 기능을 상실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사회일각의 문제가 아니에요.

서방 언론이 우리나라를 "ROTC"라고 부른 적이 있어요.

학군장교를 뜻하는게 아니고 "총체적 부패국가(Republic Of Total Corruption)"란 뜻이라고 해요.

부끄러운 일이지요.

경제력으로 세계 10위권인 나라가 국가공신력이나 투명성 점수에선 40~50위권으로 떨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도층의 자각을 말씀하셨지만 한두사람의 각성으로 될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전 사회가 "도덕 재무장"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세기 독일의 역사학자 랑케는 국가 흥망성쇠의 열쇠를 "모럴에너지"라고 갈파했어요.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부패한 사회는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경고입니다.

반대로 진실하고 공명정대하며 착실하고 절약하는 사회가 되면 그 나라는 흥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가 도덕적 위기에 처한 만큼 한 두 사람의 힘으로 치유를 바라긴 어려울 걸로 봅니다.

국민의 총자각과 대반성이 있어야 해요.

부패하면 공멸한다는 의식을 갖고 뼈를 깎는 반성이 없으면 망하는 길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 부패론 >

안 교수는 중국 고대 학자 순열(筍悅)이 설파한 국가의 흥망원리중 4가지 망국병에 대해 깊은 공감을 갖고 있다.

허위(僞), 사리사욕(私), 방탕(放), 사치(奢)가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2천년이란 시간의 벽을 넘어 21세기를 사는 한국사회와 한국 자본주의의 병폐를 명료하게 적시한 말이라고 그는 감탄한다.

거짓이 횡행하면서 신용사회 구축이 더뎌지고 개인의 탐욕 때문에 사회의 투명성이 훼손되고 있다.

우리사회의 생존해법은 바로 이 4가지 병의 역방향으로 행동하는 길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 행동지침은 바로 진실.공명정대.착실.검소 4가지라고 안 교수는 강조한다.

정리=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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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1920년생
<> 일본 와세다대 철학과 졸
<> 사상계 주간
<> 숭실대 철학과 교수
<> 숭실대 인문과학연구소장
<> 숭실대 명예교수
<> 경기대 초청교수
<> 흥사단 이사장
<> 도산아카데미연구원 고문
<> 월드리서치연구소 고문
<> 주요 저서:현대사상, 사색인의 향연, 도산사상, 세계사와 민족의 이상, 신작인생론, 휴머니즘 사상, 새한국인의 사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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