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산업노조가 10일 밤을 세우면서 3차 협상을 했지만 입장차이를 완전히 좁히지는 못했다.

금융노조는 파업수순을 밟았지만 협상장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정부의 끈질긴 협상요구를 외면할 경우 명분을 잃고 여론이 더욱 나빠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밤 정부가 진전된 안을 가져와 협상에 응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명분과 실리를 제공한다면 조기 타결도 가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3차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들어간 11일중에도 4차 협상과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 파업전 타결은 어려웠다 =정부의 파업대응은 강온 양면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화 설득을 지속하되 불법파업엔 엄정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장관들이 노조와 머리를 맞대는 한편 김대중 대통령이 나서 집단행동을 경고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이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어서 세차례 협상결렬이 결국 파업명분 축적과정이 됐다.

금감위는 노조가 파업기금을 1백억원이나 모았고 조합원의 90% 이상이 찬성한 상태에서 그냥 물러서길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 노조요구를 어떻게 절충할까 =노조의 요구사항은 <>관치금융청산특별법 제정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유보 <>예금 부분보장 3년 연기 등으로 요약된다.

특별법 제정은 야당인 한나라당의 주장과 맞닿아 노조와의 협상에서 들어줄 사안이 못된다는게 정부 입장이다.

또 예금부분보장 연기요구는 대내외적으로 공표된 금융개혁의 핵심부문이어서 정부로선 물러설 여지가 없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오히려 정부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로선 노조에 납득할 만한 실리를 주지 않고선 파업을 풀기 어렵다는 점에서 절충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관치금융 청산은 선언적인 수준에서 금융감독 규정에 반영하는 형태로 약속할 수 있다.

또 정부내에서 예금보호 축소 연기는 안돼도 보호범위(1인당 2천만원)를 4천만원 안팎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고려해 볼만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 전망과 과제 =정부와 노조는 서로 명분을 살리고 실리를 챙기는 선에서 계속 절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타결 시점은 파업의 충격과 강도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파업은행들의 예금이탈, 주가급락 상황에선 노조가 파업상태를 길게 끌고가기 어렵다.

정부는 노조와 합의문서에 서명하는 형태로는 타결짓지 않을 방침이다.

쟁점사안 자체가 노정간 협상거리가 아니라 정부정책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조를 달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데 애로가 있다.

노조로선 두 장관을 협상장으로 끌어냈고 국민들에게 은행원들의 희생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노조는 자율 구조조정 약속을 받아낸다 해도 시장상황에 따라 급격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이 커 파업뒤 행보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