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종합병원과 병원이 외래환자에게 원외처방전만을 발행키로 해 환자들이 적지않은 혼란을 겪게 됐다.

약국들이 병원의 처방약을 미처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종합병원과 병원을 이용하는 하루 40여만명의 외래환자들이 약을 조제받기 위해 약국을 전전해야 할 판이다.

병의원들은 의약분업이 환자들에게 불편한 제도임을 알리기 위해 준비가 안된 것을 알면서도 원외처방전을 발행키로 했고 제약회사들은 "현찰"을 내놓으라며 약품 공급을 미룬 결과다.

결국 병원과 제약회사의 집단이기주의로 환자들만 "골탕"을 먹게 됐다.

<>종합병원.병원 원외처방전 발행=전국 2백79개 종합병원과 5백96개 병원들은 거의 모두가 입원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10일부터 원외처방전을 내준다.

약은 병원 주변이나 동네 약국에서 받아야 한다.

따라서 가벼운 질환일 때는 종합병원이나 대형 병원을 찾지 말고 동네의원으로 가는 게 편하다.

다만 서울대병원은 원외처방전 전면 발행을 오는 18일 이후로 미뤘고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은 환자들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병원들이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더라도 응급환자나 1.2급 장애인들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약까지 받을 수 있다.

주사제도 병원에서 직접 맞을 수 있다.

<>약국의 처방약 부족=대형 종합병원 인근의 약국들은 아쉬운대로 병원 처방약을 갖추고 있다.

이에따라 종합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환자들은 병원인근의 약국에서 약을 조제해야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소병원 인근의 약국들은 처방약을 대부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영동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강남시립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구의 경우 9일까지 전체의 약국중 40%인 1백40여개의 약국만이 5백여종의 처방약을 갖췄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등이 7백여종의 약을 처방하고 있어 이들 약국도 종합병원의 처방전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병림 강남구약사회 부회장은 "종합병원 앞의 약국 2~3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약국이 병원처방약을 조제할 수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내 5천3백37개 약국중 1천5백82개소(29.4%)만이 3백종 이상의 처방약을 갖춘 상태여서 환자의 불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0일부터 3백종 이상의 처방약을 갖춘 약국을 인터넷 홈페이지(www.metro.seoul.kr)나 119를 통해 안내할 계획이다.

<>약품이 모자라는 이유=약국에 처방약이 부족한 것은 제약회사들이 약품 공급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약사회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약국에 현금결제 등을 요구하거나 품절을 이유로 처방약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인해 약 2백여종의 처방약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마저 다국적 제약회사 등을 제재하지 못해 약품부족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의사들이 지난달 28일부터 지역의약분업협력회의에 참여,너무 늦게 처방약 목록을 약국에 넘겨준 것도 원인중 하나다.

이에따라 대한약사회는 9일 과천청사앞 결의대회에서 "정부는 약국에 약이 공급되지 않는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