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2월 자동차 에어백및 엔진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모토로라코리아 노동조합(위원장 곽노용)에 전화가 걸려왔다.

회사가 대만의 반도체 조립 및 테스팅 전문회사인 ASE그룹에 팔렸다는 통보였다.

이 소식은 즉각 사내에 알려졌다.

임직원 9백여명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노조는 매각사실이 발표되기 전에 <>완전 고용승계 <>위로금 지급 <>중간퇴직금 정산 <>노조 인정 <>자진 퇴사에 따른 세금의 회사 부담 등 5개 항목을 요구했다.

4일간의 협상 끝에 모토로라 본사와 ASE측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짐 스틸슨 사장 등 기존 임직원의 대부분이 ASE코리아에 남게 됐다.

같은해 7월말 ASE 그룹의 제이슨 창 회장이 회사를 방문,"대만의 ASE에도 노조가 있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달라"고 부탁했다.

근무 분위기가 안정되면서 작년 하반기에만 3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회사측은 이익의 25%를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나눠주고 나머지는 재투자에 썼다.

올들어 이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3월 불량품을 발견한 바이어가 회사측에 직접 항의를 했다.

종전 같으면 모토로라 본사가 해결했을 사안이었다.

독자 생존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전 사원이 품질관리부를 중심으로 3개월간 품질 개선에 나섰다.

그결과 과거 일주일이나 걸렸던문제점 시정 기간도 하루나 이틀로 줄였다.

노사협력 분위기가 공고해지면서 코네상트 델파이 트라이패스 등 3개사를 새 고객으로 확보했다.

여기에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열린 경영"을 실천해온 구 모토로라의 노사문화가 계승된 영향도 컸다.

사장은 2개월마다 전 사원을 대상으로 경영실태와 고객 상황,향후 목표 등을 설명한다.

질문은 애초 무기명으로 받는다.

점심시간마다 사장이하 전 임직원이 식판을 든채 줄을 선다.

이와함께 <>장기근속사원 포상 <>완벽한 직장보육시설 <>비생산직 사원의 주 5일제 근무 등을 통해 이직률 0.8%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ASE코리아는 반도체 제조및 테스팅업계에서 세계 1위가 되기위해 신노사문화 창출에 앞장설 계획이다.

< 파주=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