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본대중문화 3차개방조치는 국내문화산업계에 적지않은 파급효과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나 음반 게임 방송 산업관계자들은 비록 제한적이지만 이 분야가 처음 개방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개방이 확대되는 대중가요공연과 영화산업계 역시 일본문화의 국내시장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 영화.애니메이션 =일본 영화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개방폭이 크게 넓어진데 대해 영화계는 일단 긴장하는 분위기다.

개방이후 일본 영화의 시장점유율은 서울지역을 기준으로 98년 0.4%에서 99년 3.0%로 증가했다.

정부는 그러나 국산영화 점유율이 전년의 28.7%에서 지난해 36.1%로 급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조치가 국내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분석은 다르다.

올 상반기 일본영화 시장점유율은 전년의 0.7%에서 11.6%로 뛰어올랐다.

2000년 4월말 현재 일본영화는 총 14편이 상영됐다.

그중 "러브레터"가 관객 1백20만명을 모았고 "철도원"(40만명) "사무라이 픽션"(38만명) 등도 호조를 보였다.

관계자들은 흥행성 높은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올 경우 국내 시장 잠식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이미 수입된 일본영화만도 11편에 이른다.

당장 다음달부터 인기작이 줄줄이 내걸린다.

일본에서 7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4개월동안 장기상영된 "춤추는 대수사선"이나 "링2" "고질라 2000" 등이 대표작이다.

더욱이 일본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정서적인 공감을 얻기 쉽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개방수위도 당초 예상을 넘었다.

대상을 국제영화제 수상작으로 제한한 만큼 당장 들어올 수 있는 작품은 30편정도다.

하지만 이미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 등은 상당한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비디오는 에로물을 뺀데다 대상을 국내상영작으로 한정해 개방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 가요.음반 =대중가요는 두차례의 개방과정에서 다른 분야에 비해 개방 폭이 적었으나 이번 3차 조치에서는 야외무대로까지 공연이 허용되는 등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일본 가수들을 데려오려는 공연기획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내 가요시장이 크게 잠식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가수 공연은 미국이나 유럽의 인기가수나 그룹을 불러오는데 비해 제작비가 싸게 든다는 점이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

하드코어밴드 RATM(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의 내한공연을 기획한 광연재PR의 안재영 과장은 "RATM 공연의 제작비는 3억원 정도 들었지만 일본 가수들은 항공료와 개런티가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2억4천만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일본어로 노래한 음반에 대해 규제가 풀리지 않은 것이 3차개방의 파장을 다소 누그러트릴 것으로 보인다.

공연부문이 전면 개방됐다고 해도 "앨범 동시판매"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여서 기획사의 수지가 맞을지는 불투명하다.

부분 개방되는 연주음반이나 제3국어 가창음반, 한국어 번안음반 등도 그동안 알게 모르게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당장은 상업성이 없더라도 완전 개방을 대비한 이미지 확산과 사전 홍보를 위해 라이브무대를 선점하려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공연목적이 아니라 이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업체들도 일본 가수의 내한공연을 활용하려 하고 있는 상황이다.

<> 방송 =이번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에 처음으로 포함된 방송은 타 분야와 달리 국민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안방까지 스스럼없이 파고드는 방송의 속성상 일본 대중문화를 국민들이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예.오락, 드라마 부문을 제외한 스포츠.다큐멘터리.보도 프로그램과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에서의 국제영화제 수상작 등의 방송은 당장 국내 방송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국내시청자들이 이미 위성방송을 통해 일본방송을 시청하고 있는데다 개방이 허용된 분야의 경우 그동안 국내 방송사들이 방송위원회의 승인절차를 거쳐 제한적으로 방송을 해왔다.

방송 3사는 시장성 조사와 국민정서를 고려,일본 방송편성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방송의 경우 이미 기술적으로 "전면개방"이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영향을 가장 덜 받는 분야다.

이번 개방에 가장 발빠르게 대처하는 분야는 케이블 PP사들.

이미 유료 영화전문채널 캐치원을 비롯 영화PP사들은 방송위원회에 방영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영화 케이블PP들은 안정적인 프로그램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번 개방을 반기는 입장이다.

장규호.김혜수.김형호 기자 seinit@hankyung.com